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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4일 모로코의 라바트 왕궁에서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과 함께 왕궁 수비대를 사열하고 있다. 후 주석이 미국 방문에 이어 중동과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은 에너지 확보와 함께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로코 리바트/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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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린지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
미, 현실적 필요로 보복 힘들어
패권 놓고 상호감시 계속
부시, 내부 반중론 무마할 것
지난주 백악관 뜰에서 열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환영행사는 지금의 미-중 관계 복잡성을 드러내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배치된 듯했다. 두 정상의 의례적인 낙관적 연설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중국 반체제인사들의 후 주석 비난 구호로 방해를 받았다.
후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핵심 이유는 중국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가 4일간 미 전역을 다니며 쏟아낸 말들은 달콤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어느 연설에선 ‘민주주의’란 단어를 9번이나 언급했다.
후 주석의 이런 홍보활동은 외교정책 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도 영리한 전략이었다. 중국의 장기적 야심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 당장 중국은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경제 기적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경제 활력을 계속 유지하는 건 중국 내부의 불온한 움직임을 잠재우는 데 긴요하다.
후 주석의 긍정적 표현들은 미국 업계 지도자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그들은 중국에 중요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중국과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보잉의 고위경영진들로 하여금 후 주석 앞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도록 했다. 미국 업계의 열광적 분위기를 워싱턴의 미국 정부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의 후 주석 영접은 공손했지만 제한적이었다. 백악관은 후 주석이 국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원했던 공식 국빈만찬을 베푸는 걸 거절했다.
백악관은 후 주석의 따뜻한 말 속에 중국의 진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았기에 그를 냉랭하게 대했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의 국방비 증가를 수십년 내에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에 대적하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다. 수단이나 버마(미얀마) 등에 석유 비축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거래가 이들 나라의 고약한 정권들을 북돋워주고 있다는 걸 미국정부는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구심은 미 의회에서 훨씬 더 깊다. 미국의 200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국 무역적자는 많은 의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의원들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보복하길 원한다. 의회의 한 소위원회는 미-중 정상회담 바로 전날에, 베이징의 반체제인사들이 중국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중국 비판론자들이 직면한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는 베이징이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에서 자신들을 좀더 도와주길 원하고 있다. 중국이 미 재무부 채권을 구입(지금 중국의 채권보유 액수는 2650억달러를 넘는다)함으로써, 미국정부는 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막대한 예산적자를 지탱할 수 있다. 또 중국과의 협력은 석유공급을 둘러싼 지정학적인 대립을 피하는 데 긴요하다.
미-중간 애증의 교차가 단시일 안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라크는 여전히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새롭고 중요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아시아에서 시작하기란 매우 힘들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의 주요 과제는 중국을 혼내주라는 국내 정치적 압력을 무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 내 비판론자들의 비판 근거를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 못마땅해 하는 정권을 포용하거나 전통적인 미국 우방들에 구애를 함으로써, 석유생산국들을 비롯한 우방의 범위를 확대해나갈 것이다. 이것은 미국을 화나게 하는 일이다. 후 주석이 미국 방문 직후에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몇몇 무역과 안보 관련 협정을 체결한 것은 상징적이다.
세계의 현존하는 슈퍼파워와, 그 자리를 열망하는 나라는 앞으로도 서로를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공손한 말들은 두 나라의 희망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엔 불신이 깔려 있다. 두 나라 모두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현재로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둘 다 잘 알고 있다.
양국 현실적 접근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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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도자 실사구시 면모 보여
긴밀해질 수록 마찰 겪겠지만
자연스레 나선형 발전 전망
지난 20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중-미 정상회담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미 일정에서 클라이맥스였다. 반나절도 안 걸린 이 회담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끈 건 중-미 관계가 세계 전략구도에서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중-미 관계가 매우 특수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미 관계 전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여기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국제테러와 대규모 살상무기의 확산으로 본토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요한 국제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조류 인플루엔자, 에이즈, 자연재해 등 전통적 안보 영역 이외의 협력 또한 두 나라 상호 신뢰를 깊게 했다. 두 나라 경제통상 관계 또한 두 나라 관계 안정에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는 정상회담 이외에 전략대화 등 대화 채널이 전방위화·다양화하고 있다. 미국의 당국자가 중국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이익 당사자’가 되길 바란다는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미국이 생각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는 중국의 고속 발전에 대해 미국이 현실적 시각을 가지게 됐음을 뜻하며, 중국과 국제무대에서 더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두 나라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마찰을 일으킬 확률 또한 커진다. 두 나라가 경제통상, 인권, 안보, 지역 문제, 상호 신뢰 등 적지 않은 영역에서 견해가 서로 엇갈리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만약 이런 마찰과 모순이 증대한다면 중-미 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미 관계가 한층 심화·성숙하고 전면화하고 있다는 틀에서 이런 문제들을 본다면, 이는 두 나라 관계의 나선형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한 국면이자 부차적 모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번 후-부시 정상회담을 볼 때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를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첫째, 두 나라 지도자는 모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후 주석은 “두 나라는 마땅히 길고 먼 미래에 착안해 높이 올라 멀리 보자”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을 낳는 중국의 발전상을 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양쪽이 장기적인 건설·협력·전략적 관계의 틀을 다시 확립했다는 데 있다.
둘째, 두 지도자는 두 나라 사이 존재하는 이견과 모순을 직시하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현실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중-미 수뇌외교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가령 중국은 중-미 무역 불균형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보였고, “대외무역에서 거대한 무역 흑자를 원하지 않으며, 내수 중심으로 경제성장 방식을 변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을 마친 뒤 부시 대통령은 “오늘 내가 후 주석에게 말한 것은 모두 ‘마음속의 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다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연 두 지도자는 개인적으로도 친숙해졌을 뿐 아니라 상호 공개적인 의견 표명에 이미 익숙해졌다. 이는 두 나라의 관계가 점차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중요한 표지다.
셋째, 두 지도자는 미래에 두 나라가 발전시켜야 할 공간을 적극 모색했다. 두 나라 관계의 장기적 발전은 경제통상과 안보 협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반드시 더 광범위한 교류의 통로를 개척해야 한다. 후 주석이 시애틀에서 ‘경제’를, 워싱턴에서 ‘정치’를 논한 뒤, 예일 대학에서 ‘문화’를 강연하면서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 것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중-미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길 희망하는지 보여준 것이다. 중·미 관계는 경제통상 관계 발전의 기초 위에서 오늘날 전략적 안보 협력관계를 추구한다. 미래의 양국 관계발전을 위해 앞으로는 더욱 광범위한 문화교류와 사회교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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