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8 08:04
수정 : 2006.04.28 08:04
러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바이칼호 40km이상 떼기로
자칫하면 기름범벅이 될 뻔한 세계 최대의 담수호 바이칼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마디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러시아 국영 파이프라인 건설회사인 트랜스네프트는 동아시아로의 수출길을 넓히기 위해 세계 최장(4100㎞)인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하고 28일 첫 삽을 뜰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 노선은 세계 담수의 20%를 머금은 바이칼호를 불과 800미터 북쪽으로 지나가, 지난해부터 환경단체들이 반발해 왔다.
호수와 주변 타이가숲에 아무르표범을 비롯한 1340종의 동물과 570종의 식물을 품은 바이칼호는 생태적으로는 물론 관광자원으로서도 보존가치가 큰 것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지진활동이 가끔 감지돼 송유관 부설은 치명적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린피스는 파이프가 파괴되면 20분만에 4천톤의 기름이 쏟아져 호수의 3분의 1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에는 트랜스네프트의 하청업체가 바이칼호에 가까운 예정 노선에서 불법 벌목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26일 시베리아의 톰스크에서 현지 관리들과 이 문제를 의논하던 푸틴 대통령이 상황을 단숨에 뒤집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니콜라이 라뵤노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부소장이 송유관과 바이칼호를 40㎞ 정도 떼어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도중, 푸틴 대통령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마커펜으로 노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려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해야 (라뵤노프 부소장의 말대로) 생태적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노선 변경으로 트랜스네프트는 1달 반의 시간과 함께, 115억달러의 예상 부설비용에 10억달러를 더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트랜스네프트는 그러나 “우리는 군인이고, 대통령은 사령관”이라며 “명령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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