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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1 18:40 수정 : 2006.05.01 18:40

총선 여당 후보 제의 거절…온국민 박수
올림픽은 교류의 장…‘운동 전쟁’화 비판
동아시아학과에 한국어 과정 개설하고파

[이사람] 한국 방문한 바비니오티스 아테네대 총장

지난해 초 그리스 총선을 앞두고서다. 집권 신민주당은 “국립 아테네대 게오르게 바비니오티스(67) 총장이 우리당 후보로 출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바비니오티스 총장이 성명을 냈다. “출마 제의를 받은 일도, 출마할 의사도 없다.”

1837년 발칸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아테네대는 30개 학부에 학생수만 9만2천여명. 그리스 최고 명문대 총장다운 ‘거절’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 초청으로 내한한 바비니오티스 총장을 1일 낮 만났다.

그는 “한국이 듣던 대로 다이내믹하고 적극적”이라고 했다. 2000년 임기 3년의 총장에 선출돼 올 9월 두번째 임기종료와 정년을 함께 맡는다. “40년 경험을 통해 대학은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라는 생각이 더 짙어집니다. 최근 한국 대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학이 직업시장에 인력을 공급해야 하는 형편은 이해하지만 직업학교로 전락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대학은 사회와 역사의 한가운데 서서 변화를 즉각 읽고 느낄 수 있어야만 시대정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1967~74년 군부독재에 맞서 그리스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교수들도 칼럼을 통해 민주화를 요구한 것도 바로 그런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그는 “지식인은 독립적인 사고와 사상을 지니면서 항상 현상을 타파할 의지를 버려선 안 된다”며 “사람이나 집단이 아니라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질 줄 알아야 진짜 지식인”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대학생들도 등록금 문제로 시위를 벌일까? “우리 대학만 해도 하루도 데모 없는 날이 없어요. 물론 소규모로 성명서를 낭독하는 정도지만. 모두 국립이니까 등록금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예산의 3.5%인 교육재정을 유럽연합 수준(5.5%)으로 인상하라는 요구입니다. 일부에선 헌법을 개정해 국립대 일부를 사립대로 전환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화제가 금세 한국과 그리스 관계로 옮겨갔다. “그리스에선 솔직히 한국에 대해 잘 몰라요. 88올림픽, 월드컵 정도지요. 아참, 그리스 군대의 한국전쟁 참가가 더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도 고대 그리스 말고 오늘날 그리스는 모르지 않나요?” 그가 한국에 온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란다. 지난해 아테네대에 문을 연 동아시아학과에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려는 것이다. “중국어, 일어 과정은 생겼는데 한국어 과정은 아직 없습니다.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아주 흡사한 두나라가 어서 학문교류를 해야 합니다.”

고대올림픽 정신을 근대올림픽으로 부활시킨 나라의 최고 대학 수장다운 면모는 그와 헤어질 때쯤 나왔다.


“올림픽은 전쟁 대신 선의의 경쟁으로 평화를 얻고자 만든 지혜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요즘 어떤가요? 운동을 통해 전쟁을 벌이는 판국 아닌가요.”

언어학 전공인 그는 ‘당신의 그리스어 실력은?’ 같은 텔레비전 프로의 단골 손님이라고 20여년 전 바비니오티스 총장한테서 박사학위 지도를 받은 한국외대 유재원 그리스·발칸어과 과장이 귀띔했다.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리스어사전〉도 그의 작품이란다.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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