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2.20 19:53 수정 : 2005.02.20 19:53



개입선언 국가들 이권 ‘주판알’
아랍계-아프리카계 충돌…인종청소 자행

22년 동안 계속된 수단 남북내전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서부 다르푸르에서는 2년 전부터 새로운 비극이 시작됐다. 그곳에서는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와 두개의 아프리카계 반군이 서로를 비난하며 무차별적 인종청소와 인권유린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낸 유엔 보고서를 보면, 내전이 일어난 뒤 2년 동안 다르푸르에서 전쟁·질병·기아 등으로 7만명이 죽고, 150만명이 난민이 됐다. 사태는 2003년 2월 소외돼온 흑인계열 소수부족들로 구성된 수단해방군(SLA)과 정의평등운동(JEM)이 부와 권력의 공평한 분배를 요구하며 중앙정부에 대항하면서 시작됐다.

다르푸르 사태는 흑인들이 이슬람 아랍계에 대해 오랫동안 쌓아온 감정의 폭발이며, 서구열강들이 마구잡이로 그은 국경선의 후유증이기도 한다. 언론은 아랍계 잔자위드가 닥치는 대로 흑인남자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성폭행을 하는 등 인종청소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반면 아랍인들은 흑인반군들이 집을 불사르고 가축을 몰살시키거나 강탈했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신만이 알 뿐이다. 서구언론의 보도에만 의존해서는 편견을 갖기 쉽다.

현지 수단 사람들에게 다르푸르 사태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대답하길 꺼렸다. 다르푸르 출신의 흑인으로 하르툼대 학생인 다우드는 “서로 너무 자기 주장만 내세우니 해결책이 없다”며 “잔자위드 가운데 극렬분자들이 문제다. 이제 남북간의 평화협정도 맺어졌으니 이를 계기로 잠잠해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하르툼 대학의 한 아랍계 강사는 다르푸르 지역은 국경선이 모호해 차드인들도 사태에 개입돼 있는 등 원인이 복잡하다며 너무 정치적으로만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지난해 9월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다르푸르 사태를 대량학살로 규정하자 유엔도 이에 동조해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의 공격을 수단 정부가 막지 않으면 수단의 석유수출을 봉쇄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면에 아랍연맹이나 아프리카연합은 유엔이 수단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수단의 무스타파 외무장관은 지금 상황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과 비슷하다며 미국이 다르푸르 상황을 악용해 수단에 무력으로 개입할 구실을 찾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아프리카연맹과 유엔이 요청하면 사태해결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고, 러시아와 일본도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의향을 비쳤다.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수단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려는 데는 나름의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의 경제봉쇄 조처를 틈탄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수단의 개발사업에 끼어들려는 전략이다.

필자가 미국의 공격 직전 찾아갔던 이라크에서도 관공서 앞에 최신형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즐비했다. 전후를 겨냥하고 일본이 암암리에 원조를 한 것이었다. 다르푸르 사태는 겉으로는 아랍인과 흑인계의 단순한 분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은 매우 복잡하다. 미국이나 서구의 개입에 아프리카와 아랍권이 반발하고 있어 반미감정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다르푸르 사태의 향배는 수단 평화의 장래를 좌우할 관건이 될 것이다.

김종도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