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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6 19:11 수정 : 2006.05.16 22:30

고공행진 조정인가
거품 붕괴 서곡인가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증시의 상당수도 하향세로 돌아서고 있다. 투기적 수요가 떠받쳐 온 국제시장의 하강 움직임을 놓고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으로, ‘거품 붕괴의 조짐’이라는 적극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구리·기름값 등 주저앉아

구리 한때 9% 폭락=1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는 3.7% 하락한 배럴당 69.41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간외거래에서는 68달러대로 내려왔다. 지난 13일 국제에너지기구가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낮춘 데 이어, 이날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석유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 등이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주요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급락세로 빠져들었다. 이달 들어 연초의 두 배 가까이까지 이르렀던 구리는 15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한때 9%까지 떨어졌다가 3% 하락한 가격에 장을 마쳤다. 온스당 700달러를 돌파했던 금은 이날 680.50달러로 내려갔다. 아연은 2004년 10월 이후, 알루미늄은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원자재값 하락에 발맞춰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주식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다우존스 세계주식지수(미국 제외)는 15일 1.8% 떨어졌고,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이머징마켓지수는 4.3% 하락했다. 지난주 이틀 연속 하락한 미국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이날 0.42% 올랐지만, 나스닥지수는 0.23% 하락하며 5일 연속 떨어졌다.

특히 16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대다수가 폭락해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증시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FT “국제자본 손털기 시작”

인플레 우려에 투기세력 철수 가세=이처럼 주요 원자재 가격과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우선 ‘고공행진’의 부담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고, 수요와 생산 둔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높은 원자재 가격이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게 할 정도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높은 상품 가격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나아가 국제 자본이 지난 3년여간 재미를 본 원자재시장이나 신흥 주식시장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에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5%로 올리고 추가 인상의 여지를 남기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발을 빼자’는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플레 경보에 잇단 금리인상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수석연구원 짐 오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은 상승=반면 원자재가와 증시 하락에 따라 자본이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향을 띠게 되면서, 미국 달러나 선진국 발행 국채 등은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국제 상품시장이나 증시 하락세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15일 낸 보고서에서 “국제 상품시장은 터질 날만 기다리는 거품과 같다”고 주장했고, 에이치에스비시의 통화분석가인 데이비드 블룸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상품시장과 증시가) 훨씬 더 많은 피를 묻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헨리 맥베이는 강세장이 끝나지 않았으며 “잠시 쉴 때가 온 것일 뿐”이라고 ‘조정’ 쪽에 무게를 뒀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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