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7 15:34
수정 : 2006.05.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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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크리스토프의 칼럼 ‘모범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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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프, 교육적 성취 높은 아시아적 문화 극찬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다. 2005년 9월말 현재 미국 대학에 유학중인 한국 학생수는 8만6,626명으로, 미국내 전체 외국 유학생의 13.5%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고 미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ICE)이 집계한 바 있다. 이런 통계 수치는 한국보다 인구·경제적 규모가 큰 인도, 중국, 일본을 모두 앞서는 결과다.
한국은 미국으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뛰어난 ‘성취’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대학은 지난해 최근 5년간 미국내 박사학위 수여자 숫자로 한국의 서울대가 미국소재 대학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대학중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 있는 대학을 합칠 경우에도 미국대학 박사학위 수여자 수에서 서울대를 앞서는 곳은 UC버클리 한곳뿐이다. 서울대는 이 대학에 이어 단일학교로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로는 세계 2위이다. 1999~2003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중 서울대 졸업생이 1,655명으로 나타나 미국을 제외한 대학들 중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서울대만이 아니다. 연세대는 720명으로 5위, 고려대는 445명으로 8위를 기록했다. 미국대학 박사학위 취득자 순위로는 한국의 몇몇 대학이 세계적 수준에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통계는 한국출신 미국 유학생 숫자도 1위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식에서 김재희(22) 씨가 전체수석 졸업자로 선정되었다. 또다른 전통의 명문 예일대학에서는 이 학교 30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첫 아시아계 총학생회장으로 최재훈(21)씨가 선출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출신 유학생과 한국계 미국인들로 상징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학업적 성취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 “미국이 아시아를 따라 배우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14일 뉴욕타임스에 “모범 학생들”이라는 칼럼을 써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학업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그 성취의 배경을 짚었다. 크리스토프는 중국-일본-베트남-한국 등 아시아계 이민 후예들이 미국에서 높은 학업 성취를 나타내는 원인으로 이들 나라의 공통 배경인 유교문화를 들고, 미국이 아시아권의 유교 문화를 수용하기 힘들지만 교육을 중시하는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중시하는 아시아를 따라하지 않으면 미국은 바보가 될 것” 이라고 칼럼을 맺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아래는 14일에 실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러스 크리스토프의 ‘Model Students’의 요약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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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del Students/NICHOLAS D. KRISTOF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슈안 트랑 호의 완벽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트랑은 1994년 영어를 모르는 11살 베트남 소녀로 미국에 왔다. 고졸인 부모는 네브래스카에 정착해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8남매의 막내인 트랑은 영어를 잘 배워 고등학교 졸업 때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하고 현재 네브래스카 웨슬리안대학교 4학년이다. 트랑의 성적은 평균 3.99이고 로즈(Rhodes)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로즈 장학금은 클린턴 대통령 등도 선발된 바 있는 최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장학금으로, 로즈 장학생 배출순위는 미국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드에서 발표하는 미국 대학평가에 반영될 정도로 권위가 있다.)
미국에선 갈수록 아시아계 학생들이 빼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SAT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의 수학 및 언어 부문 평균은 2005년 1091점으로 백인의 1068, 아메리칸인디언의 982, 스페인계의 922, 흑인의 864점을 훨씬 능가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의 44%가 고교에서 미적분학을 수강하는 데 비해 전체 평균은 28%에 불과하다.
백인학생들 중 수학 또는 언어 부문 SAT에서 750점을 넘는 비율은 2%뿐이나, 아시아계는 언어에서 750점 이상을 올리는 학생이 3%이고 수학에서는 8%가 750점을 넘는다. 솔직히 증조할아버지할머니가 아시아 출신의 농민이 아니었다면 지능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낄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트랑에게 아시아계의 성적이 좋은 이유를 물어보았다.
“시간당 6.5달러 벌러 새벽5시에 공장으로 가는 부모님을 보는 건 괴로워”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나와 내 친구들의 경우 우리 부모님들의 희생 때문이었어요. 부모님들이 시간당 6.30달러를 벌기 위해 매일 새벽 5시에 공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아주 괴로운 일입니다. 미국에서 부모들은 할 수 없지만 저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시아계라고 다 그처럼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과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유교문화권 출신 학생들이 우수하다.
비단 이민정신 때문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본계 미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4세대, 5세대인데도 여전히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 가정적 환경탓만도 아니다. 조상이 농촌 출신인 중국계 학생들도 최우등상을 받고 졸업한다.
한국계, 미국선 탁월하지만 일본에서는 기 못펴
일부 유전학적 이론에 따르면 두뇌의존적 직업의 사회에서는 유전적 선택에 따라 지능지수가 약간 높아진다고 한다. 아마 아시아인들이 약간 더 총명함을 시사하는 학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회의적이다. 많은 것이 전후관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한국계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일본에서는 한국계가 사회 저변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학업성적도 낮을 때가 있으며 때로 야쿠자 마피아에 연루되기도 한다. 소수민족을 차별하고 사회적 상승시스템에서 지속적으로 배제하면 이처럼 자립적 성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그리고 절반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2500년 유교적 전통이 키운 효 사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10대들이 반항하고 있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아이들은 화를 내면서도 어떻게든 숙제를 완성한다. 아시아계 가정은 항상 화기애애한 것은 아닐지 모르나 그들은 흐트러짐 없이 자녀의 발전에 전념하는 경향이다.
둘째는 유교가 교육을 중시한다는 사실이다. 중국 마을에 가보면 아직도 수 세기 전 명나라때 과거급제자를 기리는 기념물을 볼 수 있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열심히 공부하여 A를 맞는 것을 으레 입신양명의 길로 생각한다.
절반의 이유는 미국아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두뇌’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계 아이들은 전형적으로 A학점을 얻는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트랑은 누구나 표준화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나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좋은 것은 주로 문화 때문이라고 본다. 문화를 이식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받아들일 것도 있다. 교육 중시가 효과적이라는 교훈이다. 이는 교사봉급 인상 혹은 우수학생 존중을 통해 가능하다. 마법의 해결책은 없지만 우리가 아시아의 교훈을 배우려 들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이다.
(번역 참조 : 해외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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