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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2 17:54 수정 : 2005.02.22 17:54

■ 세계를 보는 눈

혁명이 사라진 시대에 유독 ‘혁명’이 유행하는 곳이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다.

2003년 그루지야에서 친미파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당선된 ‘장미혁명’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서방이 드러내놓고 지원한 빅토르 유시첸코가 ‘오렌지혁명’ 끝에 권좌에 올랐다. 이 ‘혁명’이 중앙아시아의 작은 산악국가 키르키스스탄에게도 다가가고 있다.

오는 27일 키르기스 총선을 앞두고 반정부시위와 선거감시 등 우크라이나에서와 비슷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임 켈켈(부흥)의 지도자인 나지크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키르기스에서 앞으로 일어날 민주화운동을 ‘레몬혁명’이라 부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선거를 참관하면서 야당세력을 규합할 전술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들과 딸, 사위 등에게 권력과 부를 세습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훈련받은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의 인사들이 국내에 들어와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키르기스의 미군기지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러시아에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의 ‘혁명’에서는 똑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된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이끄는 국제공화주의재단이나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재단 등이 현지에서 활동하며 젊은 반정부 활동가들을 도왔고 서구 정부와 언론이 ‘민주주의 확산’으로 찬사를 보냈으며, 결국 친 러시아 정부의 패배로 이어져 송유관 경로 등에서 미국에게 유리한 구도가 나타났다.

키르기스 ‘레몬혁명’의 막후에서도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중국의 숨가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키르기스는 중국 정부가 무슬림들의 독립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러시아, 중동과도 이어지는 전략 요충지다. 미군의 마나스공군 기지와 러시아 칸트기지를 나란히 받아들인 키르기스 정부는 두 나라와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양쪽에서 이익을 얻어내는 정책을 취해왔다.


이 균형상태에서 한발 나아가 이곳에 친미정부를 세울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재할 요충지를 확보하는 셈이고, 러시아와 중국은 그야말로 애가 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시 행정부가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확산”은 유독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에서 ‘미국 이권의 확산’으로 나타난다. 테러와의전쟁에서 미국의 주요동맹인 우즈베키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상황 역시 심각하다는 비난이 높지만, 이들은 ‘폭정의 전초기지’나 ‘혁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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