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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2 14:07 수정 : 2006.06.12 14:07

글레브. A. 이바센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

러시아의 국경일인 6월12일 ‘러시아의 날’을 계기로 <한겨레> 독자들과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러시아의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기회는 중요합니다. 지리와 역사로 볼 때 두 나라는 적지 않은 공동의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합니다.

모스크바와 서울의 관계는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습니다. 이 목적은 어떤 나라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연방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전하고 가치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좋은 외부 여건을 확보하자는 데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미래는 밝습니다. 1990년대의 이른바 ‘전환기’의 어려움은 대체로 해소되었습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로 볼 때 러시아는 최근 3년간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러시아는 대규모 외환을 보유하게 되었고, 조만간 러시아 루블은 태환화폐가 될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탄탄한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산업 인프라와 혁신 발전을 위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중대한 조치들을 수행해 왔습니다. 안전한 차세대 원자로에 기반한 원자력 등 선진 에너지산업, 통신, 우주개발, 항공기 제조와 같은 최첨단 분야에서 러시아는 역량을 한껏 발휘하고 지적재산권 시장의 강력한 수출국가로 부상할 방침입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이 분야의 도약을 국가 발전을 이끌 견인차로 삼을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민들의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부문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교육·보건·농업·주택건설에서 국가 규모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치체계를 민주화하기 위한 방안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국민회의법 , 의회조사법, 연방중앙과 연방주체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정립법 등이 통과되었습니다.


내부적 안정에 따라 러시아는 세계 정치에서 의미있는 독자적 행위자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실용주의, 예측 가능, 국제법 중심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외교 파트너들과 마찬가지로 국익을 고려한 ‘친러시아’ 정책입니다. 러시아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인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른 국가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이해를 조화시키고 현 세계를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함으로써 좀더 안전한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그 과제입니다.

러시아의 대아시아 정책에서 대한민국과의 관계는 우선적인 쪽에 속합니다. 유엔의 주도 하에 동등한 다극적 세계질서 구축, 국제관계에서 어느 한 국가의 독주 불용, 국제테러의 근절,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같은 중요한 국제적 문제에서 양국의 입장이 동일하거나 비슷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반세기가 넘는 한반도 대치 상황이 이제는 핵 문제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러시아와 한국에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최우선적으로 남북한 당사자가 쥐고 있다고 보는 러시아는 한국과 북한의 협력 증진을 위한 행보를 지지하고 핵문제 해법을 찾는 6자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6자구도가 성공할 경우 이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안보, 협력을 도모하는 기구 출범의 토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수교 뒤 15년 동안 14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작년 한해만 해도 양국 지도자는 5월 모스크바 ‘위대한 조국전쟁(2차세계대전) 전승 60주년 기념식’과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두 차례 자리를 같이 하였고, 푸틴 대통령의 실무방문도 후자를 계기로 이루어졌습니다.

올봄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양국 외무 차관의 협의가 있었으며 러시아 의원들이 서울을 다녀갔습니다. 얼마 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러한 공동 경제과학기술위원회의 정례회의 개최, 러시아 고위 인사의 서울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며 한국의 국회의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도록 초청 받았습니다.

러시아와 한국의 교역규모는 최근 5년 동안 3배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양국의 교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낙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2005년 11월 체결된 경제통상협력 분야의 러시아-한국 공동 행동계획은 양국의 정치, 경제, 과학기술 및 문화 협력의 제반방향을 총망라하였습니다. 이러한 구체적 계획을 통해 양국의 합의 사항과 공동프로젝트의 수행 상황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나라의 에너지 협력 방향을 설정하고 이 분야에서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을 증진할 에너지 대화가 매우 중요하여, 가스부터 석유, 석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상호 협조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동시베리아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석유가스자원 개발 분야의 양국 협력이 계획돼 있습니다. 올 2월에는 캄차트카의 대륙붕 석유가스자원 공동탐사 및 개발 기구가 최종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동시베리아와 태평양을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가 검토될 전망입니다.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사하공화국(야쿠티야) 유연탄광 개발 참여를 위한 협조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극동에서 북한과 남한까지 연결되는 송전선 건설을 포함한 전력분야의 공동개발도 계속될 것입니다. 원자력 협력 분야에서는 99년 5월28일 서명된 러시아연방과 대한민국 정부의 협정을 통해 러시아가 한국에 저농축우라늄을 공급하고 농축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상 원자력발전소용 중소 용량 원자로, 해수 담수화 장치를 설계·생산하기로 했습니다.

공동 행동계획은 또한 과학, 기술, 산업, 우주개발, 정보기술, 통신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러시아를 한국 시장에 순전히 원료만 공급하는 나라로 인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례로, 현재만 해도 한국에서 사용되는 민간 헬리콥터의 3분의 1 이상이 러시아제입니다. 이밖에도 공동연구와 실험, 한국에서 러시아 라이센스를 이용한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된 많은 상업 협정체결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우주선으로 우주비행을 할 최초의 한국인 우주비행사가 배출될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강조했 듯이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상호 신뢰하는 우호관계는 현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견해가 유사하다는 데 기초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러시아인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 실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는 다수의 이니셔티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두나라 국민들의 중요한 이해와 동북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보를 확고히 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날’을 맞아 <한겨레> 독자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며 만사 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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