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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5:06 수정 : 2005.02.24 15:06

라인강 일대 ‘혼란의 도가니’
경찰 1만명 차출 ‘겹겹’ 경비
사전안내 없이 항공기 결항·연착
저격예방 주택창문 열수도 없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일 독일을 9시간 방문하는 동안 서부 라인강 일대는 온통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지나간 지역들은 해상과 육상, 그리고 항공 교통이 모두 마비되면서 아수라장이 된 반면, 5시간 동안 머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회담한 마인츠시(市)는 `유령의 도시'로 변모했다.

부시 대통령이 방문하는 마인츠시 주변엔 독일 전역에서 차출된 1만여 명의 경찰이 물샐틈 없는 경비를 폈다. 공중에선 전투기와 헬리콥터, 조기경보기가 감시하는 가운데 마인츠 시내에는 겹겹이 검문선이 설치됐다.


회담장이 있는 시내로 차량 진입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도로 마다 곳곳에차량 폭탄 테러에 대비해 모래주머니와 대형 차량을 이용한 `진지'가 구축됐다.

교통통제로 상당수 학교가 문을 닫고 인근의 적지 않은 공장들이 휴업해 거리를다니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음식점과 상가엔 하루 종일 손님이 들지 않았다.

회담장 주변 주민들은 자기집 베란다에 나갈 수도 창문을 열수도, 창 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다. 저격을 예방하느라 아예 창문 셔터가 내려지고 경찰이 상주한 주택과 빌딩들도 적지 않았다. 꼭 필요해 외출하려 해도 경찰이 동행해야 했다.

독일 언론은 이날 마인츠 시내엔 시민들은 보이지 않고 경찰만 북적댔다면서 마치 유령의 도시를 방불케 했다는 주민들의 말을 전했다.

▲ 23일 독일 서부 마인츠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데모하고 있다. AP=연합

반면에 주변지역은 때마침 눈 까지 내려 교통지옥이 됐다. 당초 부터 부시 대통령의 이동선인 프랑크푸르트시에서 마인츠시, 비스바덴시를 잇는 고속도로와 마인츠외곽을 순환하는 고속도로의 전면 통제는 예고됐었다.

유럽 최고 물동량이 오가는 수상교통로인 라인강과 마인강의 선박 운행 금지와이로 인한 수운업계 손실도 엄청날 것이라는 점도 예상했었다.

한데 경찰이 이날 오전 5시부터 통제키로 했던 고속도로들을 새벽 1시30분 부터 전면통제해 혼란이 가중됐다.또 3개 시를 있는 전철도 예고도 없이 곳곳에서 부시가 지나는 시간을 전후해 30분 이상 멈춰섰다.

역 마다 1시간 가깝게 오지 않는 전동차를 기다리며 추위에 떠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가장 큰 소란이 벌어진 곳은 유럽에서 가장 번잡한 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이었다.이 곳에 인접한 미군 비행장에서 부시 대통령 전용기가 이착륙하기 때문에 항공사와 공항 당국은 일찌감치 대비책을 세운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사전 안내도 없이 항공기가 결항하거나 연착했다. 독일 국적 항공사인루프트한자의 경우에만 70여 대의 운항이 취소되고 260여대의 이착륙이 늦어졌다. 환불과 보상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승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중에는 라이프치히로 가려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귄터 그라스도 있었다.

▲ 부시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독일전후사상 최대의 보안작전이 펼쳐진 독일 마인츠의 중심가에선 상점과 레스토랑이 하루동안 문을 닫도록하라는 당국의 권고가 내려진 가운데 사진은 22일 마인츠의 독일주민의 반(反)부시시위. 로이터=연합
시민들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를 굳이 인구와 산업체가 밀집한 이 지역에서 평일에 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앞으로는 북해상의 휴양 섬인 헬고란트등 한적한 곳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마인츠시 일대에선 1만2천여 명이 `부시는 제1의 테러범' `부시는 미국으로 돌아가라' `이라크 침략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독일 언론은 이러한 정치적 구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날 유례없는 대규모의 보안 조치와 이로 인한 혼란, 경제ㆍ사회적 손실 때문에 부시로 인해 세계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주장에 적지 않게 동조하게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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