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해명으로 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약간 반등하는 등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합,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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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쇼크로 미 적자문제 재부각” |
미, 하루 20억달러 차입 ‘빨간불’…WSJ “달러폭락 진원지는 대만”
‘한국은행 쇼크’는 세계 금융시장을 동요시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미국의 심각한 적자문제로 또다시 집중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월가 전문가들이 일제히 분석했다.
◇ 미국 적자, 살얼음판=투자자들은 특히 미국이 심각한 적자 때문에 하루 적어도 20억달러를 바깥에서 끌어들여야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 돈줄이 돼 온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계속 버팀대로 남아 있을 것이냐는 점을 더 우려하게 됐다고 경제전문통신 <다우존스>는 분석했다.
런던 소재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수석 환전략가 데릭 핼패니는 “투자자들이 이제 금리보다는 (미국의) 경상적자가 어떻게 보충될 것이냐는 쪽을 (다시) 주목하게 됐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스위스연방은행(UBS)의 수석 환전략가 만수르 모히-우딘도 “한은 쇼크를 계기로 시장에서 ‘미국의 돈줄이 막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달러에 대한 매력이 전같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면서 당분간 중앙은행 보유외화 다변화 문제가 환시장의 주요 이슈로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미국의 적자 보충이 살얼음을 밟는 격이라면서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매일 차입해야 하는 평균 20억달러 가운데 83% 가량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매입으로 충당됐다고 강조했다.
◇ ‘한은 쇼크’ 기폭제는 대만 움직임=‘한은 쇼크’로 국제 외환시장이 동요한 실질적인 원인은 한은 보고서가 나온 뒤 대만 쪽에서 달러 대량매입 주문이 때마침 취소된 것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시드니 소재 맥콰이어리 시큐리티스의 수석환전략가 제오프 바우머를 인용해 한은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서 당시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데 더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만 쪽에서 달러 대량매입 주문이 취소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해 환시장이 ‘하루 묵은’ 한은 보고서를 갑자기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달러 약세가 다른 통화들에 대해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우머는 이런 상황에서 환투자자들이 ‘시세역주문’을 속속 내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대통령기념일(21일)로 지난 금요일 이후 휴장됐던 유럽과 미국에서 환거래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달러 낙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의 투자 대상 다변화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는데 그쳤지만, 만약 중국이 같은 발언을 했더라며 ‘쓰나미’를 몰고 왔을 것이라고 미국 온라인 경제뉴스 <마켓워치>가 23일 보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99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달러자산 비중은 60∼8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의 해명으로 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약간 반등하는 등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합,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한국은행의 해명으로 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약간 반등하는 등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합,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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