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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3 13:47 수정 : 2006.07.03 13:47

생전 엘비스가 쓰던 선글래스를 끼고 흉내를 내는 고이즈미를 보며 즐거워하는 미국인들. 왼쪽부터 고이즈미-프리실라 프레슬리-리사마리 프레슬리-부시.

일본총리의 졸업여행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수상의 '화려한 휴가'가 시작되었다. 일본수상은 대개 임기를 마치기 직전 해외 순방을 하곤 하는데, 오는 9월로 임기가 끝나는 고이즈미 수상도 일종의 '외유'형식의 해외순방을 시작한 것이다. 6월 말의 캐나다,미국을 시작으로 7월의 몽골예방을 거쳐 팔레스티나, 요르단, 러시아, 헬싱키 등등 해외순방 일정이 빠듯하게 잡혀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런 외유성 해외순방을 '졸업여행'이라고 비꼬아서 말을 하곤 하는데, 지금까지는 중도하차하는 수상이 많았던 탓으로 간만에 재개된 '졸업여행'에 온 일본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화제가 된것이 고이즈미의 '미국'방문이다. 고이즈미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에 적극적 지지와 지원을 했기 때문에 부시로써는 '고마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부시는 그런 고이즈미를 '맹방'으로써 대우하였는데 그 접대한 내용을 보면 정말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자신의 목장에 초대하기도 하고, 일본의 분재를 본 뜬 디저트를 영부인이 직접 준비하기도 하며, 일본소의 고기를 사용한 최고급 스테이크 등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백미는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부시가 엘비스 저택을 안내한 이유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는 고이즈미에게 부시는 엘비스의 노래가 들어 있는 '주크박스'를 선물하고, 직접 엘비스의 저택이 있는 멤피스로 안내했다. 그것도 친미파의 대부격인 나카소네 전 총리조차도 태워주지 않았다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동원해서 말이다. 기분이 좋아진 고이즈미는 매스컴의 카메라 앞에서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거나 제스처를 흉내내기도 하며 부시의 호의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부시는 고이즈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였다.


하지만, 언론의 평가는 혹독했다. 일본수상으로써는 드물게 미국에서 각종 뉴스에 톱으로 방문뉴스가 나갔다고는 하지만 알고보니 '외교'얘기는 하나도 없고 거의 엘비스의 흉내를 내는 고이즈미의 모습만 나갔을 뿐이었다. 게다가 고이즈미의 노래에 대해서 미국언론으로 부터 '일본 수상은 영어는 못하는데 영어노래는 하더라' 라고 비웃음까지 샀는데도 일본 언론엔 거의 보도 되지 않았다.

또한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통 미국인 빌 토튼(Bill Totten)은 일본의 방송토론에 등장하여 '일본수상이 엘비스의 집에와서 노래하는 것을 TV에서 보여준 부시를 보며 미국시민들을 무엇을 생각할까? 지지율이 떨어지자 노예를 데려와서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자 했던 고대 로마 위정자들을 연상할 것이다' 라고 '냉소'을 보였다. 조금 과격한 발언으로 반대편 토론자의 노여움을 샀지만 그 누구도 논리적인 반박은 하지 못했다.

둘 만의 '러브 미 텐더'

고이즈미의 방미에 대해서 일본을 제외한 각국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외교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고는 하나 부시와의 개인적 친분만을 확인할뿐 외교적인 활동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중국/한국과의 냉기류가 흐르고, 중국이 적극적인 지원과 교류로 아시아에서 외교적 세력권을 넓혀가는 것에 반해 태평스런 '말년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즈 6월25일자는 '부시와 고이즈미는 미 의회가 아니라 엘비스에 집에 갈 것이다'라고 최근 북한의 미사일발사 문제등 동북아에 긴장감이 감도는데 아랑곳 않는 두 사람을 비꼬았다.

한편 7월2일에 이루어진 일본의 한 방송토론 인터뷰에선 고이즈미의 말년휴가를 비꼬는 중국의 '인민일보'도쿄지사 기자에게 일본기자가 '하지만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미국을 방문했을때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는등 고이즈미 총리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은 없었지 않습니까?' 라고 반문했다가

'후진타오씨는 '외교'를 하러 갔기때문에 텍사스(부시의 별장) 에 가지 않은 겁니다'

라는 중국 기자의 대답에 할말을 잃기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수상. 그 동안 한국과 중국에 '험한 소리' 듣느라고 욕도 많이 봤다. 이젠 임기도 얼마 안 남았으니 '말년휴가'를 잘 보내길 기원한다. 기왕이면 이제부터도 몽골가서 말도 타고, 러시아에 가선 코자크 댄스라도 선보여 세계 각국에 일본수상의 엔터테이너 기질을 선보여주길 바란다. 물론 각국의 정상들은 상당히 만족해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노예'의 재롱을 보여 자신의 위신을 세울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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