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4 23:37
수정 : 2006.07.15 01:12
지구촌 지역분쟁 → 유가 폭등 → 국제 금융시장 혼란
이란 핵개발·북한 미사일·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주요 산유국 정치정세 불안 유가 100달러 돌파 할수도
지구촌 지역분쟁이 유가를 폭발시키면서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란 핵개발과 북한 미사일 발사로 지역정세 불안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렸다. 무장단체의 송유관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주요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동 불안에다 줄어들지 않는 석유 수요 등 유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군사적 충돌은 유가에 ‘전쟁 프리미엄’까지 얹을 기세다. 미국이 허리케인 철에 들어섰다는 점도 석유시장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다우존스는 “단기적으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점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4일 전했다.
세계 증시 ‘검은 금요일’= 세계 증시는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중단과 중국의 긴축정책 강화 가능성, 국내외 기업 실적 부진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4일 252.71(1.67%) 하락한 14854.24로, 대만 자취안(가권)지수는 139.57(2.13%) 떨어진 6428.03으로 마감했다. 전날 미국과 유럽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다우지수는 166.89(1.52%) 내린 10846.29로, 나스닥지수는 36.13(1.73%) 떨어진 2054.11로 장을 마쳤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주가지수도 각각 1.63%, 1.96%, 1.81%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29.89(2.33%) 떨어진 1255.13으로 마감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04억원과 172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은 241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지수를 더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증시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증시는 상승동력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우려, 일본의 제로금리 탈피로 말미암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중국의 추가 긴축 우려 등에 따른 수급 악화도 일정 기간 주가의 발목을 잡으리라고 본석한다.
한국 경제도 타격= 국제 원유가 폭등은 경기 하강 우려가 나오고 있는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선을 계속 유지한다면,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의 전제로 잡은 배럴당 63달러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은 2004년 33.6달러, 지난해 49.4달러였다. 현재 가격을 고려하면 원유 도입 비용으로 지난해보다 100억달러 이상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성장률은 물론 물가, 내수,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지표 전반이 암울한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을 5%로 예측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4%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이란의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넘어가고 석유 수급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 두바이유 가격은 70달러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도 “국제 정세상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아 국제유가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의 금리 인상 조처는 당장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이 엔화 강세로 이어지면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겠지만, 일본의 통화 긴축과 아시아 금융시장의 유동성 감소로 국내 주식 및 금융시장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려온 기업들은 경합을 벌여온 일본 기업들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금리 인상이 엔화강세로 이어지면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대선 김진철 기자
n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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