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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8 07:55 수정 : 2005.02.28 07:55

30대 후반의 이라크 여성 지나 알 쿠시타이니는 여성권리 옹호운동가가 다수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외모와 복장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신식 여성'이었다.

이혼한 뒤 동료와 함께 바그다드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쿠시타이니는 최근 어느날 저녁 총기로 무장한 채 약국으로 들이닥친 6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돼 끌려간 지 10여일만에 바그다드 근처의 고속도로 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체로 발견됐다.

함께납치된 동료는 참수됐다.

5천달러짜리 고급시계와 매니큐어로 치장한 손톱, 물들인 머리를 하고 있던 쿠시타이니는 숨진채 발견될 당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선호하는 검은색 가운과, 생전에는 한번도 써보지 않았던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간의 정황으로 볼 때 그녀의 행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쿠시타이니를 표적살해한 것은 거의 분명해 보였다.

뉴스위크 최신호(3월7일자)는 이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희생된 여성이 북부 모술지역에서만 20명에 달하고 바그다드에서는 이보다 10여명이 더 많다고밝혔다.

사담 후세인 전(前) 대통령 치하의 이라크에서 여성의 권리는 중동지역의 어느국가보다 잘 보장되는 편이었고 그의 몰락 이후에도 총선을 통해 여성들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한 점이나 새 헌법에 여성의 권리조항이 삽입될 예정인점 등을 보면 이라크 여성의 지위는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안부재를 틈타 극단주의자들은 특히 여성권리 옹호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을 보란듯이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다.


지난해11월에는 공공업무부에서 일하던 여성운동가 출신의 아말 마말치가 타고가던 차를 4명의 남자가 포위해 AK-47 소총으로 무려 160여발을 난사해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성인권단체 `여성을 위한 여성 인터내셔널(WFWI)'은 수백만명의 이라크 여성들이 테러가 두려워 집안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임시행정처 시절만 하더라도 이라크 여성운동가들은 과도통치위원회의 샤리아(이슬람율법)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항의시위를 벌여 관철시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치안불안 때문에 이런 시위는 엄두도 못낼 형편이라고 WFWI의 한 활동가는 지적했다.

특히 쿠시타이니가 살해되기 2주전 행방불명된 여성운동가 알함은 많은 동료 활동가들의 연락처와 신상정보를 알고 있어 이런 정보가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알함의 가족들은 그가 이미 살해됐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가운데 그녀와 평소에접촉했던 또다른 여성 한명이 1주일 뒤 역시 실종됐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성운동가들 가운데 일부는 숨어들었고 또다른 일부는 방탄복을 입거나 권총을 지니고 다닌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여성에 대한 테러는 권력에서 소외된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지만시아파 근본주의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운동가들의 촉각을 더욱 곤두세우게 만드는 대상은 새 정부의 움직임이다.

키르쿠크의 여성정치인 송술 차푸크는 "우리는 종교인들을 정부에 남겨둬서는안된다"면서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권리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밝혔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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