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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은 취역한 지 40년, 퇴역 9년째인 항공모함 아메리카호를 오는 4월 대서양에서 각종 폭발물 실험 대상으로 이용한 뒤 수심 1천800m의 바다 밑에 가라앉힐 계획이어서 이 항모에서 복무했던 많은 이들에게 착잡한 감회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해군은 배수량 6만300t, 길이 300m가 넘는 키티호크급 항모 아메리카호에 2천200만달러를 들여 실시하는 폭발물 실험이 현재 개발중인 차세대 항모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군해양시스템사령부 대변인은 이만한 크기의 항공모함이 지금까지 침몰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런 초대형 항모가 전투중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매우 희귀하다고 밝혔다.
지난 1961년 건조돼 1964년 진수, 1965년 1월23일 취역한 아메리카호는 1996년퇴역한 이래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다른 수십척의 퇴역 함정들과 함께 정박해있었다.
해군은 오는 4월11일 아메리카호를 예인해 연안에서 약480㎞ 떨어진 대서양 해상에 위치시킨 뒤 수중 및 공중에서 각종 폭발물로 파손시키며 그 과정을 여러 각도와 거리에서 관찰하고 정보를 축적할 계획이다.
4~6주가 소요될 이 폭발물 실험들은 어뢰와 크루즈 미사일은 물론 지난 2000년예멘 근해에서 항모 콜호를 파손시킨 것과 같은 소형 자폭 선박의 공격 등의 시뮬레이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과정이 끝나고 나면 해수 밸브를 여는 폭발물을 작동시켜 1천800m의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시키게 된다.
해군은 이에 대비해 침몰 후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들을 이미 제거했다.
아메리카호의 폭발 실험은 옛 승무원이나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실험에서 얻은결과중 상당부분은 기밀로 분류될 예정이다.
많은 항모 중에서도 이름 때문에 특별한 상징성을 갖는 아메리카호가 수장 대상으로 뽑힌데 대해 과거 이 함정에서 헬리콥터 승무원으로 복무했던 에드 펠레티어는"그런 이름을 가진 함정이 그런 최후를 맞는 것이 섭섭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지막까지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흐뭇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국호를 딴 함정들을 둘러싼 문제는 일반 함정들보다 더 민감하다.
지난 1939년 아돌프 히틀러는 `도이칠란트'라는 이름을 붙인 소형 전함이 침몰할 경우 군대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오래 전에 죽은 프러시아 장군의이름을 새로 붙인 일도 있다.
수많은 퇴역 함정 중 하필 나라 이름을 딴 아메리카가 수장 대상으로 뽑힌 이유는 폭발물 실험 계획이 세워지던 당시 동부 해안에서 찾을 수 있는 초대형 퇴역 항모가 아메리카 뿐이었기 때문이다.
포레스털과 사라토가 등 다른 항모들은 당시 이미 박물관으로 개조되기로 계획이 잡혀 있었다.
존 내스먼 해군 부사령관은 재향군인회에 편지를 보내 아메리카호의 수장은 "우리의 국방을 위한 중대한 마지막 기여"라면서 "아메리카호의 유산은 미래의 항모 설계에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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