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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5 18:00 수정 : 2005.03.05 18:00

이탈리아는 4일 기쁨과 환희가 순식간에 경악과 비탄으로 뒤바뀌는 착잡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달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이탈리아 일 마니페스토의 여기자 줄리아나스그레나가 힘든 비밀협상 끝에 석방됐다는 소식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일마니페스토의 편집장과 스그레나의 파트너와 함께 축배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축하기분을 즐길 여유도 없이 스그레나 일행이 바그다드 공항을 향하던도중 미군의 오인공격을 받아 비밀요원 1명이 사망하고, 스그레나를 포함한 3명이부상했다는 비보가 잇따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전화로 이 소식을 듣고 우리는 돌처럼 굳어 버렸다"고 황당한 심정을 피력했다.

스그레나 일행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위험한 손길에서 벗어나자마자 동맹군인 미군의 총격에 사망-부상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이라크에 3천명의 군병력을 보낸 부시 미 대통령의 절친한 동맹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비상사태를 감지하고 사건경위와 책임 소재를 따져묻기 위해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 멜 셈블러를 즉각 소환했다.

국내에서 반전여론이 다시 들끓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대사의 소환을 알리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천명했다.

총리는 "미군이 총격을 했으므로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면서 "이같이 심각한 사건에 대해 해명을 들어야 하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는 또 미군의 오인공격으로 사망한 비밀요원 니콜라 칼리파리에 대해 특별한 애도를 표했다.

칼리파리는 과거에도 인질 석방 협상에 관여했으며 "미군의 공격 당시 자신의몸으로 스그레나를 막아주려다 불행히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총리는 고인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스그레나의 파트너인 피에르 스콜라리도 스그레나의 석방을 위해 뛰던 중 칼리파리를 만났다며 "그는 줄리아나가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의 사망소식에 석방의 기쁨을 온통 뒤덮어 버리는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부시 대통령도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인명 손실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사건의 진상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탈리아가 동맹국 미국에 느끼는 배신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이탈리아의 구호단체 여성 2명이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석방됐던 때와는 달리 이탈리아 사람들은 기쁨과 비통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에 빠져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군의 이라크 철수를 요구하는 반전시위가 다시 기세를얻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마ㆍ바그다드 APㆍ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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