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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6 16:58 수정 : 2005.03.06 16:58

관광 드라이브 국가수입 14% 차지

2002년 알카에다 연계 테러 불똥

권위주의 통치 ·40만 실업등 걸림돌

지난 1월, 16년 만에 찾은 튀니지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튀니지의 변화는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철저한 개발계획이 만들어낸 인위적이고 창조적인 대변신이었다.

튀니지의 관문인 국제공항은 1988년에 보았던, 시외버스 대합실과 다름없는 남루한 옛 모습을 벗어 던지고 한해 400만명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 현대식 공항으로 탈바꿈했다. 항공기에 탑승할 때 지정좌석이 있어도 기내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이고 진 채 활주로를 내달려만 했던 낙후된 공항의 풍경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국가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택시의 경우, 모든 차량에 미터기가 설치돼 있어 운전사는 정산요금만을 받았으며, 심지어 10원 단위의 잔돈까지 챙겨주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관광지의 바가지 상혼에 익숙한 필자를 당황하게 했다. 관광안내원, 항공사와 호텔 직원 등 관광산업의 일선에서 뛰는 ‘서비스 전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또한 하나같이 친절과 미소로 중무장해 있었다. 최근 중동 최대의 관광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튀니지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하는 풍경들이었다.

몇년 전 방한한 튀니지 외무부의 인사는 21세기 튀니지의 미래전략산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관광산업을 첫째로 손꼽았다. 그는 튀니지에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수십년 동안 국가발전의 가장 큰 동력임에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1987년 무혈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자인 엘 아비딘 븐 알리 현 대통령은 31년 동안 1인통치체제를 통해 튀니지를 지배했던 하비브 부르기바 전임 대통령이 남긴 사회주의식 경제개발의 참담한 실패를 교훈 삼아, 경제자유화와 무역시장개방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고갈된 부존자원과 낙후한 생산환경을 고려해 관광산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관광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위해 튀지니 정부는 관광자원개발, 공격적인 국가홍보, 각종 국제행사 유치, 다양한 국제 페스티벌 개최, 입·출국 절차 간소화를 비롯해 수도 튀니스를 중심으로 한 사통팔달의 도로망과 중동국가에서는 드물게 체계적인 철도망을 구축하여 전국 곳곳 관광지의 접근성을 확보했다. 만누바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인 하산 마즐리 교수는 “다년간의 국내정치 안정과 인접 아랍국가, 서구 유럽국가와의 끈끈한 친선관계를 바탕으로 2001년 지중해연안국 올림픽대회와 2004년 아프리칸컵축구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해 튀니지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폭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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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튀니지 정부가 관광산업에 전력투구한 결과, 2003년 튀니지 총 관광수입은 1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것은 2003년 국가 총수입의 14%를 차지하는데,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튀니지 노동자들이 한해 동안 국내로 송금하는 16억달러와 더불어 튀니지의 만성적인 무역수지적자를 줄이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2년 5월 튀니지 남부 제르바섬에서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단체가 유대사원을 폭파시키는 사건이 일어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자 경제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 쳤으나, 이듬해 관광업계가 호황을 되찾자 전체 경제성장률은 다시 5%대로 회복했다.

%%990003%% 튀니지 관광산업의 성공은 무엇보다 먼저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문화 유산 등 천혜의 관광자원에 힘입은 바 크다. 프랑스 대문호 앙드레 지드도 반했다는 시디부 사이드의 눈부시게 푸르고 한가로운 지중해 해변, <스타워즈>와 <잉글리시 페이션트> 등 유명 영화의 이국적인 배경이 되었던 사하라 사막, 기원전 8세기 지중해 상권을 장악했던 도시국가 카르타고의 유적, 국내외 대기업들이 광고 촬영장소로 애용하는 북아프리카 최대이자 로마제국에서 세번째로 큰 알 젬의 원형 경기장, 아랍 이슬람 원정대의 아프리카 진출 전초기지였던 카이로완의 이슬람 대사원, 도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아름다운 프랑스식 근대건축까지 튀니지 전국 각지에 산재한 세계사적 유산은 필자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한해 외국관광객 수가 튀니지 전체 인구 990만명의 50%에 달하지만 아직 한국인관광객의 발걸음은 쉽게 튀니지로 향하지 않고 있다”고 살라흐 게리시 만누바 대학교 총장은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튀니지 관광산업의 고속질주를 가로막는 걸림돌도 많다. 정치 민주화 요구에 부딪치고 있는 관료제적 권위주의통치, 40만명에 달하는 실업인구와 저임금, 유럽에 비해 낙후한 관광자원개발, 그리고 이집트,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지역의 전통적 관광대국과의 힘겨운 경쟁이 그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튀니지 정부는 공격적인 국가홍보를 통한 관광객 유치, 국제행사 유치를 통한 관광수입 확충과 사회간접시설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오스만 제란디 주한 튀니지대사를 비롯한 대사관원의 튀니지 관광홍보와 투자유치를 위한 열성적인 활동은 중동 외교가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튀니지는 여러 모로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이웃국가들 특히 리비아와 알제리에 비해 왜소한 외형이 그렇고, 역사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해왔으며 한때 지중해를 호령했던 한니발의 후예라는 점도 그렇다. 또한 현대 정치사적인 면에서 경제성장이 일정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군사정권에 의한 국가경영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모습이 그렇다.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자원도 없고 경험도 없는 중동의 튀니지가 이제 맨주먹과 맨발로 일어서려고 하고 있다. 글·사진 장세원/명지대리서치아카데미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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