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책임져야” 이라크 미군, 이탈리아 인질 오인사격

이라크 주둔 미군의 오인사격으로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석방된 이탈리아 여기자가 다치고 이탈리아 고위 정보요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4일 납치됐다 풀려난 공산당 계열 일간지 <일 마니페스토>의 이라크 종군기자 줄리아나 스그레나(56)를 태운 승용차가 4일 밤 바그다드 공항 근처 검문소를 접근하는 순간 미군 장갑차가 300~400발의 사격을 가해 스그레나는 어깨에 부상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석방 협상을 성공시킨 뒤 동행 중이던 이탈리아 정보요원 니콜라 칼리파리(51)가 숨지고, 2명의 정보요원도 부상당했다.

바그다드 주둔 미 3사단은 승용차가 수신호와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고속으로 접근해 위협으로 간주해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스그레나의 석방에 대해 사전 통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그레나는 총격 당시 칼리파리와 납치기간 중 일어난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고, 차량은 결코 고속으로 질주하던 중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병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직후 비오듯 총격을 가했으며, 총격 이후에도 부상자들을 구조하기보다는 총기와 휴대폰을 압수하고 한시간 동안 로마와의 접촉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총격이 시작된 뒤 나를 (보호하려고) 몸을 기울이던 칼리파리의 몸이 갑자기 쓰러졌다”며 “나를 보호하려다 내 팔 위에서 숨진 사람을 보는 것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700여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은 즉각 이례적으로 로마 주재 미국대사를 소환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이런 심각한 사건에 대해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베를루스코니에게 “비극적 실수”라며 위로의 말과 함께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고 백악관 쪽이 밝혔다. 외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