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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4 15:06 수정 : 2006.10.04 15:06

머나먼 이국 땅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가 일년에 한 두 번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추석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나로써는 추석과 같은 추석에 대한 추억은 이민을 떠나옴과 더불어 끝이 났다고 서글픈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국민학교 시절 국사를 배우며 역사책에 나오는 위인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우기는 친구들에게, 역사책 어디 하나에 흔적조차 없는 나의 성씨에 대해 언제나 침묵을 해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버지께 불만과 함께 조상에 대해 물어보면 언제나 우리는 오백 년 전 중국에서 왕이었다 나라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세 아들이 귀화해 온 왕족이라 조선시대에서는 언제나 손님으로 대접받았기에 역사책에 위인이 없노라는 말씀에 어린 나는 마음을 달랠 수 있었으리라 기억한다.

30년 전 부모님과 우리 삼형제가 이민을 나와, 이제는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이곳에서 태어난 나의 아들들이 이제 내가 이민을 나온 나이가 되어가면서, 나는 가끔 그 먼 옛날 머나먼 중국 땅에서 고려로 귀화 왔다는 나의 선조들을 연상해 보기도 한다. 나라를 잃은 서러움에 망명 온 큰 아들은 자손들에게 관직에 절대 오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도 한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몰락한 왕족으로 얼마나 서러운 일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그런 집안의 내력이 아직도 나의 핏속과 가족사에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인터넷을 통해 듣고 보는 한국의 추석소식에 왜 우리는 고향을 놔두고 머나먼 남미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나의 선조를 연상케 함은 머나먼 이국 땅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당연지사 아닐까……


추석이라는 명절이 나의 생활 속에 바래짐은 그 동안 먹고 살기 바빴고 세월이 흘러서 그렇고 환경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치더러도, 해가 갈수록 생각나고 깊어가는 나의 부모와 조상과 뿌리에 대한 연민은 무슨 이유일까……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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