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미경제 통합 움직임 가속도 ‘미국의 뒷마당’으로 알려질 만큼 대미 의존도가 컸던 남미가 최근 독자적인 지역경제 통합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우루과이 첫 좌파 대통령인 타바레 바스케스의 취임식 참석차 몬테비데오를 찾은 브라질·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정상들은 공동회담을 열고 세 나라 모두 채무를 지고 있는 국제통화기금과 공동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원, 에너지, 방위산업 등 26가지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지역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방송국 설립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내 2~3개 나라들이 개별적으로 공통 관심사에 행보를 맞추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남미국가공동체’가 결성됐다. 남미국가공동체는 인구가 3억6700만명, 구매력 평가기준 국내총생산은 2조6천억달러에 이르고 전세계 가스 매장량의 5%와 석유 매장량의 11%가 있는 곳이다. 강한 동질감에 브라질 ‘당근책’ 촉매
최근 공동회담·전략적 제휴등 잦아
회원국간 빈부차·통상분쟁 ‘걸림돌’ ◇ 남미국가공동체 창설=지난해 12월8일 남미 12개국 대표들이 페루 쿠스코에 모여 제3차 남미정상회담을 열고 ‘남미국가공동체’를 출범시켰다. 기존의 두 지역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와 안데스 공동체(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칠레, 가이아나, 수리남까지 더해 남미 대륙 전체를 하나로 묶었다. 이들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역내 관세를 없애고, 유럽연합같은 완전한 연합체로 나갈 계획이다. 우선 도로·에너지망 등 역내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연결하고 정치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며, 과학, 교육,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영역으로 통합 범위를 넓혀나가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2010년까지 다리, 도로, 수력발전소 등 회원국을 잇는 사회간접자본 통합공사에 45억달러를 투자한다. ◇ 가속도가 붙은 배경=이 지역은 문화, 언어, 인종, 역사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전부터 구성원들간 동질감이 어느 지역보다 강해, 지역공동체 출범 관련 논의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최근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 자유무역지대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남미 안에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해 10월18일 남미자유무역지대(SAFTA)가 출범했다. 문남권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부분 남미 나라들은 역내 교역보다는 미국과의 거래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주 전체를 잇는 자유무역지대(FTAA) 설립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남미 나라들이 하나로 뭉쳐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주요 나라들에 잇달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1990년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거부감과 반미감정이 이들 나라들을 하나로 묶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이익이 적더라도 미국보다는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근 지역 맹주인 브라질이 남미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웃 나라들에게 당근책을 제시한 것도 통합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세차례 열린 남미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남미 인프라 통합 사업에도 가장 많은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달에는 카리브 연안 국가들까지 방문해 남미자유무역지대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 전망=남미국가공동체는 출범 당시 통합 수위를 점점 높여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처럼 가겠다는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12개 나라 가운데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에콰도르 정상이 출범 선언을 위한 회담에 불참하는 등 아직 일부 회원국들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회원국간 잦은 통상 분쟁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남미 지역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박채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들은 한 뿌리라는 정서가 깊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을 중심으로 자기들 자원을 지역 발전을 위해 쓰는 게 더 낫다는 공감대도 커져가고 있다”며 “유럽, 아시아, 북미가 강하게 단결할수록 남미도 그들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통합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