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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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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대항마로 인도 이용
[중국]인도와 경제실리 챙기기
[인도]미국과 전략적 동반관계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미국·중국·인도 세 나라의 세력 다툼이 눈길을 끌고 있다.
냉전 시절 세 나라는 서로 앙숙이었다. 국공내전에 이은 미국의 중국 불인정(1949년), 중국과 인도의 국경전쟁(1962), 인도-소련의 군사동맹(1972)에 따른 미·인관계의 악화가 이를 말한다. 그러나 19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세 나라간의 지형을 바꿔놨다. 미국과 중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76년 인도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회복했다. 87년 라지브 간디 당시 인도 총리의 미국 방문은 냉전 이후 세 나라 관계의 전면 조정을 예고했다. 인도는 경제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미국 및 소련과의 관계를 다시 짰다. 간디 총리는 이듬해 중국을 방문했다.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견제를 강화하면서 세 나라의 관계는 다시 한쪽을 이용해 다른 한쪽을 견제하는 대항적 협력관계로 변했다. 1996년 장쩌민 중국 주석의 인도 방문으로 세 나라의 관계는 ‘회복기’(1971~96년)를 끝내고 ‘대항적 협력관계’로 들어갔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이라는 저서에서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을 체스판의 말들로 조종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냉전 이후 미국이 상대해야 할 적은 중국이며, 그 대항마의 하나로 인도를 지목했다. 인도를 통해 중국의 중앙아시아 및 서남아시아, 중동 진출을 견제·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스윙 스테이트’를 자처하며, 미·중 사이에서 전략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인도는 미국에 △양국 정상 상호 방문 및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2000) △양국 합동군사훈련(2002)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인도 방문과 민수용핵협력협정(2006) 등을 통해 접근했다. 최대 수확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공식인정받은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티베트 점유 인정(2003) △중·인 무역총액 100억달러 돌파(2004) △중·인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수립(2005) △양국 정상 상호 방문(2006)을 거치며 실리를 추구했다.
2000년 이후 삼국의 관계는 미·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중·인 실리 관계로 요약된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21일 정상회담에서 2010년까지 양국 교역을 400억달러로 늘리는 10개항 계획에만 합의하고, 영토분쟁에 관해서는 애써 언급을 피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밑지는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브레진스키는 인도 활용을 러시아-이란-중국으로 이어지는 잠재적 동맹의 저지에 두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 이란의 핵문제를 지렛대로 러시아와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와의 관계 회복이 그 밑바탕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세 나라의 물고물리는 관계는 당분간 더 치열해 질 것 같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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