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9 15:13
수정 : 2006.12.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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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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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뛰어난 재치와 유머감각으로 각국 외교사절과 유엔 출입기자들을 매료시켰다.
반 차기총장은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출입기자단(UNCA) 연례 송년 만찬에 참석, 재치있는 언변에 노래실력까지 선보이며 참석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에 이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 속에 연단에 오른 반 차기총장은 먼저 클린턴 전대통령의 뒤를 이어 연설하는 것은 프랭크 시나트라 다음에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심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반 차기총장은 이어 반과 본드의 발음이 비슷한 것에 착안, "내 이름은 '반'이지 '제임스 본드'가 아니다"면서 "나는 007이 아니지만 아침 07시에 사무실에 나오고 7주의 인수인계 기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연설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기름장어', 뉴욕에서는 '테프론 외교관'이란 별명을 기자들로부터 얻었다고 소개하면서 서로 다른 별명이지만 뜻하는 것은 "내가 원한다면 비밀요원처럼 능란하게 당신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나의 행동은 절대 미끈거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언행일치'를 앞으로 좌우명으로 삼아 사무총장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무총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올해를 끝으로 물러나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에 대해 자신이 채우기에 너무 큰 존재라고 존경을 표시한 뒤 아난 총장처럼 언론과도 열린 마음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반 차기총장은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캐럴인 '산타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을 '반기문 이즈 커밍 투 타운(Ban Ki Moon is coming to town)'으로 개사해 비록 서툰 노래 솜씨였지만 직접 노래를 불러 큰 환호 속에 재치와 유머로 가득 찬 연설을 마무리했다.
반 차기총장의 연설에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던 참석자들은 앞서 연단에 오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이 딱딱한 내용이었던데 반해 반 차기총장이 강력한 사무총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재치와 유머를 섞어 제대로 전달했다면서 찬사를 보냈다.
일부 참석자들은 반 차기총장이 부른 노래가 지닌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면서 특히 "나는 리스트를 만들어 두 번씩 확인하고, 누가 개구쟁이이고 누가 착한 아이인지 찾아내지"라는 개작 가사를 통해 사무국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UNCA 송년 만찬에는 반 장관과 유순택 여사, 아난 사무총장 내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각국 외교사절, 출입기자 등 370여명이 참석했으며 클린턴은 이 자리에서 UNCA가 주는 세계시민상을 받았다.
반 차기 총장은 4일부터 시작된 영국과 독일 방문을 마치고 이날 뉴욕으로 돌아왔으며 11일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워싱턴에서 만찬회동을 가진 뒤 14일 총회 취임선서를 할 예정이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유엔본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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