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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8 21:46 수정 : 2006.12.28 21:53

④ 프랑스…불안한 미래-대선 희망 쌍곡선
고용·EU 앞날 등 불안달래기
대선주자 ‘약속’ 기대 부풀어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의 쟁점은 ‘불안해하는 프랑스인을 얼마나 안심시킬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프랑스를 강타한 최초고용계약법 사태나 불투명한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의식한 듯, 프랑스에서는 올 한해 세계화와 미래사회를 다룬 서적들이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인 것은 자크 아탈리의 〈미래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이다. 미테랑 평전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난 바 있는 아탈리의 이 책은 11월 출간 직후 비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30년 이전에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모두 전자신문으로 대체될 것’ ‘2050년 정도엔 국가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느슨해질 것’ ‘아프리카의 암울한 미래와 미국의 패권주의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민주주의가 도래하게 될 것’ 등이 그가 내놓은 주요 예측이다. 이 책에는 인터넷과 신기술 환경 등과 관련해 한국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대선을 눈앞에 둔 만큼 대선주자들의 책도 관심을 끌었다.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자서전이 그의 인기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와 관련한 책과 소설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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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미셀 윌로의 〈생태학 조약을 위하여〉도 대선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방송인으로 생태학 전문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저자는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지켜야할 자연보호주의적 사회 개혁안을 제안 형식으로 세세히 담고 있다. 책 출판과 동시에 모든 대선주자들을 만나며 누구를 지지할지 탐색하는 행보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기존의 후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이 직접 출마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학 쪽에선 주요 문학상 수상작가들이 모두 프랑스인이 아닌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외국작가들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미국계 신예 조나단 리텔의 〈호의적인 사람들〉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리텔은 39살의 신인이며, 이번 작품이 처녀작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 친위대 장교가 화자가 되어 홀로코스트 등 나치의 만행을 그려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발간 당시 ‘끔찍한 매력’이라는 역설적인 찬사와 함께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캐나다 출신 여성작가인 낸시 휴스턴의 〈단층선〉, 아프리카계인 알랑 마방쿠의 〈포르크 에픽의 회고록〉도 소설 분야에서 주목받은 책들이다.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73@empal.com


⑤ 영국…‘권불십년’ 노동당 염증시대
대처리즘 계승 블레어·이라크전 비판

영국 사회는 올 한해 이라크 전쟁과 테러의 위협, 연쇄살인 사건 등 굵직굵직한 이슈로 고민했다. 그 와중에 10년째 집권을 이어가는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권에 대한 염증도 표출됐다.

언론인 사이먼 젠킨스가 쓴 〈대처와 아들들(Thatcher and Sons: A Revolution in Three Acts)〉은 노동당 정권에 대한 비판서다. 저자는 진보지인 〈가디언〉과 보수지인 〈더타임스〉에 모두 칼럼을 싣는 보기 드문 언론인이다. 책은 발간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대처의 ‘아들’은 현재 영국을 이끌고 있는 토니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가르킨다. 당은 다르지만 노동당의 실제 정책은 어머니격인 대처의 정책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젠킨스는 대처가 정권을 잡은 이후 시장경제화, 민간화, 중앙 정부의 통제를 지향하는 정책이 적극 실행되었고, 블레어 이후에는 지역주의화가 ‘혁명’ 수준으로 급격히 진행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30년 동안의 변화가 영국 사회를 중앙 정부가 더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로 급격히 변화시키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

〈블런킷 테이프(The Blunkett Tape)〉. 1997년부터 노동당의 핵심 인물로 활약한 데이비드 블런킷 전 노동연금부 장관이 발간한 이 책은 출판도 되기 전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 계급 출신에 시각장애인임에도, 블레어의 전폭 신임을 얻어 노동연금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블런킷은 책에서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영국이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전쟁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이라크 전쟁에서 평화를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답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반성한다. 그는 또 “이라크 행정부와 관료집단을 제대로 형성시키지 못한 것”을 가장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 격렬해지자 바그다드에 있는 알자지라 방송국의 텔레비전 송신기를 폭격할 것을 주장해 실제 폭격이 이뤄졌지만, 그것이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런던/전용호 통신원 chamgil5@hotmail.com

⑥ 독일…헤겔 후예들 ‘이슬람 미래’ 점쳐
역사철학 귀환…‘분노’로 읽은 세계사

독일에서는 가을 출간된 〈분노와 시간〉(Zorn und Zeit)이라는 에세이 형식의 역사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철학서가 베스트셀러에 들기 힘든 건 어디나 매한가지이지만, 이 책은 독일 출판계에서 하나의 신화를 이뤄냈다.

저자인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68세대로 칼스루에 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텔레비전 철학토론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 낯설지 않은 그는 〈냉소적 이성 비판〉으로 이미 1980년대에 베스트셀러 철학서를 내놓았다.

‘정치, 심리적 시도’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세계 역사를 심리, 인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슬로터다이크는 ‘분노’라는 감정이 역사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즉 억압되어 쌓인 분노가 근대 해방운동, 지난 세기의 전체주의까지의 역사에 기본적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서구사회의 역사는 ‘분노 감정의 경영관리’의 역사라고 말한다. 공동체의 분노의 집합은 재화의 축적에 비유된다. 대표적인 예로, 레닌의 코민테른은 인민들의 분노가 모여 작용하는 ‘분노의 세계은행’이다.

반면, 이슬람 세력은 차세대 역사 변화의 원동력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왜냐면 이슬람은 엄청난 선교력이 있고, 특히 소외되고 약한 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계의 좌절한 젊은 남성들이 서구세계에 대해 갖는 시기심과 분노는 역사를 바꿀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슬로터다이크는 이들이 정치적 저항세력으로서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이슬람 세력은 정치·문화적 알맹이가 부족해 공산주의 같은 ‘저항세력의 세계은행’을 설립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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