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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물탄의 가판대에서 한 시민이 석간신문의 후세인 사형 소식 머릿기사를 읽고 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은 슬픈 일이며, 이라크에 대한 폭력의 또다른 심각한 신호라고 언급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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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전격적인 사형 집행에 대해 30일 국제사회는 '죄값을 치렀다'는 환영과 '비극의 악순환'이라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방응을 보였다.
특히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던 이란과 적대국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랍권과 이슬람 신도들이 분노를 표시했다.
반면 후세인 처형에 비판적인 서방 국가들은 대부분 사형제도의 야만성을 지적하고 향후 이라크의 폭력사태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했다.
◇ 미.영, "이라크 민주화 이정표" 환영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사담 후세인이 공정한 재판 과정을 거쳐 처형됐으며, 이는 이라크 내에서 민주주의를 세우는데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을 처형한 것이 이라크의 폭력사태를 종식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이라크가 민주국가를 형성하고 테러와 전쟁에서 우방이 되는 과정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환영했다.
영국의 마거릿 베케트 외무장관은 "후세인이 최소한 이라크인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범죄 중 일부에 대해 이라크 법정의 심판을 받은 것을 환영한다"며 그가 죄값을 치렀다고 강조했다.
베케트 장관은 그러나 "영국 정부는 사형제를 지지하지는 않으며 사형의 종식을 옹호한다"며 "이런 입장을 이라크 당국에 분명히 밝혔지만 주권국가로서 이라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 이란 등 아랍권 일부도 환영 = 지난 80년대 후세인 집권 시절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던 이란도 그의 죽음을 환영했다. 하미드 레자 아세티 외교부차관은 "후세인 처형에 관한 한 이라크 국민이 승리자"라고 말한 것으로 이란 IRNA통신은 전했다.
한편 일부 아랍계 무슬림들도 후세인 사형집행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리자 가지(31) 변호사는 "(후세인) 집권 기간 국민이 받은 고통에 대한 대가"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부총리는 후세인을 독재자라고 지칭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중대 위협이자 이라크 국민에게도 수많은 해악을 끼쳤던 그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라고 반겼다.
◇아랍권 대부분 분노의 물결 = 팔레스타인 집권 여당 하마스의 포지 바드룸 대변인은 후세인 사형집행을 "정치적 암살"이라고 규정한 뒤 "이는 전쟁 포로를 보호하도록 돼있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계 신문 알-쿠즈 알-아라비 편집장인 압델-바리 아트완은 역시 알-자지라 TV에,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기간에 이뤄진 처형은 미국과 이라크에 의한 위대한 종교에 대한 경멸적 행동이며 모든 아랍인과 이슬람신도에 대한 무례한 행동이라고 반감을 표했다.
메카의 한 순례자는 후세인이 사형됐다는 소식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게 희생제 기간에 들릴 좋은 소식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바레인의 알 와탄 신문 정치부장인 아흐메드 알 무다웹은 이번 사형 집행으로 이라크내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수니파를 중심으로 한 후세인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후세인은 일종의 순교자로 여겨지게 됐으며 그의 정치적 위상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는 이날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언했으며 관공서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희생제 기간에 예정됐던 행사들을 취소했다.
◇ EU.교황청 사형은 `야만적' 비판 = 루이 미셸 EU 인도적 지원담당 집행위원은 "야만적인 행위로 야만과 싸울 수 없다"면서 "사형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EU의 가치에도 반하는 것으로 우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의 크리스티나 갈라크 대변인도 "EU는 후세인이 저지른 범죄와 사형집행을 모두 비난한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전격적인 사형 집행을 비극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이라크에서 보복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프레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중대한 범죄들을 저저른 한 사람에 관한 것이지만 바로 그런 까닭에서 우리가 슬퍼하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사형을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반복해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럽국가 대부분 사형 비난에 무게 중심 = 영국을 제외한 유럽국가 대부분은 독재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다면서도 사형집행엔 반대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어 비난했다.
스위스 연방 외교부는 후세인 처형과 관련, 성명을 내고 스위스는 어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이라크 당국의 전격적인 후세인 처형을 비난했다.
클레멘테 마스텔라 이탈리아 법무장관은 이날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생명은 인간이 주었다가 빼앗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고 지적한 뒤 다만 범죄의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우는 처벌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도 "후세인의 처형은 정치.군사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종파 간 긴장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사형을 자제해 달라는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 대표들의 호소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사형 집행에 대해 중국 정부는 30일 논평을 통해 "이라크 문제는 당연히 이라크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친강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의 짤막한 논평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이라크가 조속한 시일 내에 안정과 발전을 이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성 기사를 통해 "이라크 당국과 이라크 주둔 미군이 왜 이런 때 이미 정치생명이 끝난 인물을 서둘러 처형했는 지에 대해 사람들은 그 속 뜻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국제사회와 여론은 후세인 처형으로 현재의 이라크 난국을 풀기 어렵다는 일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라크를 수십 년 통치한 후세인은 이라크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모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라크에 현재의 난국이 조성된 주요인은 교도소에 갇힌 후세인이 아니라 미국의 이라크전쟁 발동과 후세인정권 타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점령"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는 후세인 처형 이후에도 사형 제도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뜻을 재차 강조했다.
클레멘테 마스텔라 이탈리아 법무장관은 이날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생명은 인간이 주었다가 빼앗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스텔라 장관은 교수형에 대한 이탈리아의 반대 입장이 잔인한 범죄들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라면서 그런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처벌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연방 외교부도 공식 성명을 내고 스위스는 어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이라크 당국의 전격적인 후세인 처형을 비난했다.
스위스 외교부는 그러나 그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던 만큼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하고 후세인 독재에 공식 책임자 기소하는 것은 이라크의 과거를 극복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의 현재 정치적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더 큰 폭력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유엔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미국의 우방인 파키스탄 외무부는 짤막한 성명을 통해 후세인의 처형을 "슬픈 일"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일이 이라크의 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후세인 처형의 법적 전개 과정에 의문을 표시하고 그의 처형이 이라크의 유혈 사태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후세인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국제법에 의거해 재판을 받았어야 했고,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권고도 받아들여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후세인 처형 직후 이라크 지도자들이 날마다 인명이 살상되는 곳에서 상호 간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기를 기도한다고 논평했다.
김진형.이상인.이유.조복래.권혁창.김병호 이돈관.김민철특파원
choibg@yna.co.kr (런던.브뤼셀.제네바.워싱턴.부다페스트.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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