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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6 14:43 수정 : 2005.03.16 14:43

"탕! 탕! 탕!,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을 가결합니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 의장이 16일 오전 조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자 기립을 요청하자 출석의원 36명 가운데 33명이 일어났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고무로 도시아키 의원 등 2명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공산당 소속 오무라 도시나리 의원은 기권의 표시로 중도에 퇴장했다.

그 순간 방청객의 절반 가량인 우익단체 회원 30여명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일어나 "시마네현 의회 만세" "다케시마를 사수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같은 구호가 적힌 유인물도 방청석에 뿌렸다. 이들은 곧바로 의회 경비에 저지당해 쫓겨 났으나 의회 밖에서 우익 선전차량이 틀어대는 구호와 노랫소리로 의회 청사안팎은 소란했다.

조례안 가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토하라 도쿠야스 현 의회 총무위원회 위원장이 조례안 제정에 관한 경과보고를 통해 "다케시마의 영토확립 문제에 대한 현민과 국민의 이해를 높여 영토확립을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밝힌 후안건 심의나 토론이 없이 곧장 표결이 이뤄졌다. 다만 고무로 도시아키 의원은 본의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에서 양국의 평화ㆍ우호를 위해 현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줄곧 지적해왔다"면서 "다케시마를 둘러싼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기권한 공산당의 오무라 도시나리 의원은 성명에서 "다케시마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 우호의 정신과 원칙을 견지하며끈기있게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현 의회측은 조례안을 놓고 토론과정을 거친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 취재진이 대거 몰려들자 보도 후 파장을 걱정해 취소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은 말했다.

의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회의에 들어갔으나 마쓰에 시내에 있는 의회 청사주변에는 3시간여 전부터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지방 TV방송은 중계차량을 연결, 생중계에 나섰으며 신문들도 인근 지사로부터 인력을 충원받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20여대의 우익 선전차량은 시내를 돌며 요란한 음악을 틀어댔다. 선전차량에는"일본 영토 다케시마 탈환", "한국은 다케시마에서 나가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둘러져 있었으며 '정치결사 일본황도동지회' 등 이름이 나붙었다. 100여명의우익 회원들은 군복과 해병복장 차림이었고 머리를 박박 민 사람도 보였다.

조례 제정 저지차 현지에 온 대한민국 독도향우회 최재익 회장과 최학민 부회장은 아침 일찍 현의회를 찾아 의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10시부터 본회의가 있어 곤란하다.


본회의 후에 다시 오라"며 의회 사무국 직원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최 회장 일행은 의회 현관 앞에서 "다케시마의 날 철회', '역사왜곡 중단하라'는 붉은 색과 흰색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시위를 벌였다. 최 회장은 오전 8시50분께 혈서를 쓰려는 듯 문구용 칼을 꺼내 손가락을 그으려다 경비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영토문제로 시마네현에 오게 돼 착잡하다"면서 "나는 양심적인 시마네현 의회 의원을 믿고 싶다.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명백히 대한민국 땅을 굳이 시마네현이 편입하면 양국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니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현 의회는 최 회장 일행의 방청을 불허했다. 그는 사무국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보호'를 받다가 종료 후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시마네현 경찰은 최 회장 일행이 호텔을 나서기 전 숙소로 찾아와 "안전을 위해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우리 일정은 노출돼 있으니 안전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경찰 당국은 현 청사와 의회 안팎에 200여명의 정ㆍ사복 경찰을 배치하고 자동탐지기를 설치, 출입자를 일일이 점검했다.

시마네현 의회는 한국기자를 비롯한 외국기자 20여명 전원에게 방청권을 나눠줘입장을 허락했다. 일반 방청객은 추첨을 통해 50여명에게 방청권을 배부했다. 그 가운데 30여명은 우익단체 회원이었다.

의회 주변에서는 "조례안이 가결되더라도 현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외무성 등이 시마네현 출신 유력인사들을 움직여 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여지는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자민당 실력자인 아오키 미네오(靑木幹雄) 참의원 회장과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 등은 시마네현 출신 정치인이다. 시마네현 현지 시민들은 대체로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제정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중앙언론의 현지 기자는 "일반 시민들은 관심도 없고 잘 알지 못한다"며 "어민들에게나 관심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요즘 TV 보도에 조례안 제정 보도가 늘고 있어 내용은 알고있으나 어떻게 되든 관심 없다"며 "다만 어민들에게는 큰 관심일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동해에 면하고 있는 시마네현은 인구 75만명의 도시. 이 가운데 어업협동조합소속 어민은 4천200여명에 불과하고 넉넉하게 잡아도 1만여명 미만이다. 또 수산 업관련 생산액이 총생산(GDP) 기준으로도 1%에 못미친다. 현민들이 '다케시마의 날'제정에 무관심한 배경이다. 다만 현청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정치력이 큰 어업협동조합측의 제정 압력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쓰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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