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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미국 미사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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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유럽에 미사일기지
러, 이란에 방공무기 판매
“누구를 겨냥하나” 서로 비난
“이란, 곧 인공위성 발사”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시스템(MD) 설치 계획을 밝히고, 러시아는 이란에 항공방어시스템을 수출하면서 서로의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도 인공위성을 쏴올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공중 주도권’ 다툼이 급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2011년까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시스템 레이더기지와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10기를 설치하는 것을 두 나라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은 24일 미국과 공식협의에 나설 뜻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때마침 이란은 미사일 29기가 포함된 Tor-M1 항공방어시스템을 러시아로부터 수입완료했다고 24일 밝히고, 러시아도 이를 확인했다. 이번 구매는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의 핵시설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대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거의 동시에 일어난 두 사안을 두고 냉전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한테는 ‘앞마당’에, 미국한테는 잠재적 ‘표적’에 자신들의 탄도미사일이나 전투기를 무력화할 장비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옛소련 시절의 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국들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분명한 위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체코가 유럽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닌 미국과 직접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동유럽 미사일방어기지는 이란과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을 지키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그게 겨냥하는 게 누구겠냐”며 이런 설명을 일축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전략핵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핵개발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나라에 최신 무기를 팔지 말아야 했다”며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무기판매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합법적 거래라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 우주과학 전문지 <에이비에이션 위클리> 인터넷판은 26일 이란 의회의 알라오딘 보로우제르디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연설에서 곧 인공위성을 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 정보당국은 이란 위성이 사거리 1300~1600㎞의 샤하브-3 미사일을 개량한 발사체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고, 정찰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란의 발사체 기술 발전이 유럽을 사정권에 두는 사정거리 4000~5000㎞의 대륙간탄도탄 보유로 이어질 것을 미국과 유럽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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