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3 17:41
수정 : 2007.02.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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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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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통한 경제성장 자신
국방 신무기 예산 대폭 늘려
미 동구권 세력확장에 자극
“미 제국 몰락…다극화” 진단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공세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1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자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체제가 파멸적’이라고 비난한 뒤 나온 후속타이다. 게이츠 장관이 7일 미 의회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고 경계한 것을 따진 것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미-러 두 정상은 서로 이해하고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중요한 동맹”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화난 잠자던 사자=최근 러시아의 공세는 차곡차곡 쌓인 자신감과 불만의 폭발로 보인다.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빠른 경제성장, 갈수록 힘을 발휘하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이 든든한 힘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지난 90년대 부채와 혼란에서 벗어난 러시아가 자신감을 내뿜고 있다”고 해석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에 푸틴 대통령이 자극을 받았다”며 “러시아는 에너지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초강대국으로 대접받기를 바란다”고 분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동구권으로 꾸준히 세력을 넓히는 것도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러시아는 군사력을 키우며, 자신의 공세적 행보를 떠받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지난해보다 23%나 늘어난 324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책정했다. 지난주 러시아는 2015년까지 5세대 전투기 개발 등 무기 현대화에 189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언론인 피살 등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을 다잡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도전받는 미국=러시아의 공세는 미국의 세계정책 실패에도 기인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러시아가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곤경에 처한 미국을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슈피겔>도 “이라크 전쟁이 서방세계의 신뢰성에 상처를 주면서, 러시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인도 등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은 위협받고 있다. ‘제국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미국 혼자서 외교적 또는 군사적으로 국제문제를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미국은 이제 힘과 영향력을 잃었고, 불확실한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다”며 “미국은 자기 손으로 다스릴 수 없는 새로운 세계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에 대한 존경은 사라지고 있으며 세계는 다극화하고 있다”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말을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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