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외교분쟁 비화”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양쪽 입장을 자세하게 전하면서 비교적 신중한 보도 태도를 보였지만,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언론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 중국=〈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17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통과, 일본 정찰기의 독도 접근, 한국 정부의 ‘대일 신원칙’ 발표와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시위 소식 등을 논평 없이 주요 기사로 다뤘다. 중국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신화망〉, 〈소후〉 등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 의견란과 토론방은 일본 성토와 더불어 ‘한국을 배우자’는 수천통의 글이 올라왔다. ‘화린’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한국의 항일을 지지하며,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지켜내기 위해 중국은 한국의 강경한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후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한국은 강경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일본의 존중을 사고 있다”며 중국의 대일 유화책을 비판했다. 동북아 국가들이 대일 공동전선을 펴자는 주장도 빗발쳤다. ‘바이지야’라는 네티즌은 신화망에 올린 글을 통해 “후안무치의 일본은 남의 땅을 침범한 뒤 상대보고 냉정하라, 감정의 지배를 받지 말라고 요구한다”며 “한국과 조선은 연합해서 일본×를 ××××라”라고 주장했다. 소후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일본의 고립은 자업자득”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단결해서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꼬리를 물었다. 신화망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일본 제품을 사지도 쓰지도 말자”고 제안해 수많은 댓글의 지지를 받았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일본 기술을 받아들여 일본을 극복한 삼성을 배워야 한다”는 글도 떴다. ◇ 러시아=〈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17일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독도문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이 미국과 군사동맹을 결성한 이후에 주변국가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 대사의 발언과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거론한 뒤 “무엇 때문에 일본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문제를 확대하려고 하는지 의문시 된다”고 일본 쪽을 비판했다. 일간 〈프라우다〉 인터넷판은 이날 독도 수호에 대한 한국 쪽의 강경한 입장을 전한 뒤 일본과 러시아 간 북방 4개섬 분쟁을 거론하며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이 2월7일을 ‘북방 영토의 날’로 지명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 미국·영국=〈워싱턴포스트〉는 17일 시마네현의 조례로 독도문제가 한-일간의 외교관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비비시방송〉은 한국 쪽 항의시위 내용을 자세히 전하면서 독도문제는 양국간의 역사적 차이가 얼마나 크고 극도로 민감한 사안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비비시방송〉은 시마네현 의회 의원들의 행동은 주변국과의 역사적 분쟁에 대응하는 일본 보수파들이 점차 저돌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외신종합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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