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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네오콘들은 이라크의 모든 유전들을 매각해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산유량보다 훨씬 많은 원유를 생산하게 해 결국 오펙의 영향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새 계획을 마련했다. 미 중앙정보국 석유분석가이자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인 로버트 에벨은 당시 미국과 손을 잡았던 아메드 찰라비의 주도로 런던에서 열린 비밀회의에 참석해 이 계획을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미국의 이라크 점령 뒤 과도통치위원회는 네오콘의 이 계획에 따라 유전 매각을 추진했다. 석유산업 자문가 알지부리는 이 유전 문제 때문에 저항세력들이 더 강하게 반격에 나섰고 원유 관련 시설과 송유관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저항세력들은 ‘이것 봐라, 당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려는 억만장자들이 당신의 나라와 자원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외치며 이 점을 이용했다.” 석유 메이저인 셸의 미국지사 전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당시 미 정부에 고용돼 이라크 원유생산을 관리했던 필립 캐럴은 자신이 이 민영화 계획을 중지시켰다며, 이후 네오콘이 추진한 민영화 대신 석유기업들이 지지한 이라크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원유를 통제하는 방안이 우세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네오콘들은 시장과 민주주의 등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석유기업들은 모두 매우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조직”이라며 국영석유회사를 통한 원유 장악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비비시〉가 입수한 미 국무부의 이라크 원유관련 최종 계획(2004년 1월 완성)은 미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이라크 국영석유회사를 세울 방안을 담고 있는데, 이 계획 작성에는 현재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의 법률업무를 맡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운영하는 제임스베이커재단이 관여했다. 물론 네오콘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 네오콘 계열인 애리 코언은 “이라크 유전을 민영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민영화가 실현됐다면 오펙을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비비시〉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네오콘들이 최근 세계은행 등 외부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부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석유 메이저들의 동맹이 네오콘들을 물리치고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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