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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2 18:21 수정 : 2007.03.13 08:25

[특파원보고] 정치인 검증, 미·일은 어떻게 하나

[특파원보고] 정치인 검증, 미·일은 어떻게 하나

미국, 혹독한 폭로비방전 통해
일본, 돈과 도덕성에 집중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 주자들의 자질 검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이나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정치인 검증이 한창이다. 두 나라의 정치인 검증 시스템을 특파원들의 현지보고로 살펴본다.

미국 선거운동은 그 자체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후보검증 과정이다.

민주적 절차와 여론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후보검증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언론과 국민여론이다. 각종 의혹과 흑색선전에 대해 언론이 충실한 추적보도를 통해 규명하고, 수시로 실시되는 여론조사가 일종의 ‘배심원 판결’을 내린다. 그러다 보니 중앙당 차원의 검증위원회도 없고, 특별한 위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검찰이나 법원 같은 공권력이 개입할 여지도 거의 없다.

2008년 대선을 1년8개월여 앞둔 시점이지만, 후보 검증은 이미 한창이다. 짧은 정치경험으로 검증 기회가 적었던 민주당 대선주자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대선주자들 ‘돈·마약·추문’ 혹독한 폭로·비방전
언론 철저 규명 뒤 ‘여론 배심원’이 최종 판단

8일 <보스턴글로브>는 오바마 의원의 위법 기록 조회를 시작하자, 그가 1월 말 하버드 법대 대학원 재학 시절 미납했던 주차위반 범칙금과 자동차세, 과태료 등 모두 493달러를 19년 만에 납부했다고 보도했다. 7일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의원이 자신의 후원자들이 주요 투자자로 있는 2개 생명공학회사 주식 10만달러어치를 구입한 뒤, 이 회사의 주력사업인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약 개발 지원법안 제출에 앞장섰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오바마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고 있지만, 마약과 흡연 경험까지 고백한 유일한 흑인 후보인 오바마 의원에게 미 언론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물론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가장 혹독한 검증의 대상은 역시 각 당 선두주자들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해선 언론의 평가도 극과 극이다. 언론말고도 상대방 후보 진영에선 이들을 흠집내기 위한 폭로를 벼르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도 격렬한 폭로전과 비방전이 예상된다.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의 적으로 지목된 힐러리의 경우, 공화당원 한 사람이 보수단체의 지원을 받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선거참모였던 딕 모리스와 함께 힐러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영화를 올해 말 선보이겠다고 준비 중이다. 모리스는 한때 퍼스트레이디로 모셨던 힐러리와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는 “공격을 받는다면 그 상대를 때려눕힐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내심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경우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그의 선거전략보고서에 나와 있듯이, 세 차례 결혼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뉴욕시장 시절 부패혐의로 물러난 경찰청장과의 관계 등 오점들이 선거전의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다. 많은 약점과 자유주의적 정치성향 때문에 그가 선두주자의 위치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시장’으로 불렸던 줄리아니는 10일 9·11현장의 영웅이었던 일부 소방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9·11 테러 때 매몰된 소방관들에 대한 발굴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쓰레기 치우듯 잔해를 퍼내 매립장에 버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언론검증에도 예외는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병역 면제와 아칸소 주지사 시절의 ‘화이트워터’ 비리 등이 문제됐지만, 별 문제없이 당선됐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이 12년 공화당 정권을 끝내기 위해 눈감아준 탓이 크다.

반면 검증 과정에서 흑색선전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04년 대선에서 ‘베트남의 가장 위험한 전투지역을 자원’했던 민주당 존 케리 후보와 군 복무경력이 의문 투성이인 조지 부시 대통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대표적이다. 케리 후보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진실을 위한 고속정 용사들’의 허위 텔레비전 광고에 뒤늦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각인되는 잘못을 범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시비에스>가 병역특혜를 입증하는 근거로 특종보도했던 문건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병역 약점을 벗어났다.

미국 선거에서 비리·의혹·추문 등은 정치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들에게 치명적이다. 케네디가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1980년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가 10여년 전 승용차에 동승했던 여비서가 익사한 ‘채파퀴딕 추문’이 불거지면서 대선 꿈을 완전히 접고 현재까지 상원의원으로 자족하고 있다. 이 경우는 상원의원과 대통령 후보로서의 검증 수위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일본

정치 신체검사 ‘한칼에’ 싹
록히드·리쿠르트 사건 뒤 도덕성 잣대 엄격
아베 내각, 자리 나눠먹기탓 줄줄이 추문

“일본에서는 총리나 장관 등 주요 공직자에 대한 공식 검증제도가 없다. 공직자 청문회 등 제도적 측면에서는 한국의 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만, 정치인들의 돈과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여론의 눈길이 매섭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유력 정치인 비서는 일본의 검증과정이나 절차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사히신문>의 한 기자는 “록히드 사건(1976년)과 리쿠르트 사건(1988년) 등 돈에 얽힌 대형 추문이 터지면서 일본인들의 정치인에 대한 시선도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불법 정치자금 등 검은 돈과 도덕성에 연루된 각료들이 줄줄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혼마 마사아키 정부 세제조사회장이 공무원 숙소를 사용하면서 시세의 3분의 1 수준으로 특혜를 받고,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 이 숙소에서 동거한 사실이 드러나 임명 1개월 반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곧 이어 사타 겐이치로 행정개혁상이 자신의 정치단체가 10년간 유령사무소를 두고 난방비와 사무비 등으로 약 7800만엔을 지출했다는 정치자금 보고서를 국가에 제출한 것으로 보도된 뒤 곧바로 사퇴했다. 이밖에 이부키 분메이 문부과학상, 마쓰오카 도시카쓰 농림수산상 등 다수의 각료와 당 간부가 사무실 경비는 영수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정치자금규정법’의 허점을 이용해 경비를 과다계상해 일부를 유용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최근 들어 뻔한 거짓말을 잇달아 늘어놓고 있는 마쓰오카 농림수산상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운영비가 전혀 들지 않는 의원회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면서 5년간 4000만엔의 운영비용을 지출했다고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그는 지난달 5일 2005년분 507만엔의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정수비 등 수도·전기·전기요금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답변했다. 답변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로부터 “한 잔에 5000엔짜리 물을 마시고 이를 보고서에 계상했다고 들었다”는 등 힐난성 질문까지 나왔다. 또 야당 의원들이 그의 사무실에 쳐들어가 확인한 결과, 정수기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4월에는 연금 미납과 미가입 문제가 일본 정국을 흔들었다. 후쿠다 야스오 당시 관방장관과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가 연금을 미납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본 언론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민당 의원 60여명도 미납하는 등 전체 국회의원 15% 정도가 연금을 미납했다고 추적보도했다.

‘정치와 돈’에 관한 검증 작업에서 정파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일본 언론의 특징이다. 자민당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보수성향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0일 야나기사와 하쿠오 후생노동상 등 각료 4명이 2003년과 2005년 중의원 선거와 관련한 선거운동경비 수지보고서에 실제와 다른 허위기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에서 각료들의 추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논공행상 위주로 각료들이 등용되면서 인물 검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정무비서관을 지냈던 이지마 이사오는 “각료 후보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체검사’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최근 보도했다. 즉, 고이즈미 정권에서는 각료들을 등용하면서 추문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말썽이 적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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