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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2 17:32 수정 : 2005.03.22 17:32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유엔 본부에서 ‘더 커다란 자유로-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과 발전, 인권을 향해’란 제목의 유엔 개혁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유엔본부/AP 연합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국 진출꿈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안전보장이사회 확대를 뼈대로 한 유엔 개혁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향한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아난 총장이 상임이사국 유망 국가로 일본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아난 “일본몫” 언급…대변인은 정정
아프리카·카리브국가 집중 공략키로
주변국 갈등·원조 증액 곳곳 걸림돌

◇ 고무된 일본 = 아난 총장은 이날 개혁안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안보리 개혁안 두가지 가운데 ‘거부권이 없는 상임이사국 6개국 증가안’이 합의된다면 “아시아에 할당될 2개국 가운데 하나는 물론 일본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자 유엔 공보관은 단지 지역안배를 얘기한 것뿐이라고 사실상 정정했으나,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아난 총장이 유망 국가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관방장관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는 또 이번 유엔 개혁안이 일본의 주장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한다. 9월까지 결론을 내고,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결론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대목이 그것이다. 일본은 일단 상임이사국 수를 늘린 뒤, 이사국을 결정하는 2단계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등 4개국과 6월께 전체 가맹국의 투표 방식으로 상임이사국을 뽑는 결의안을 먼저 내 통과되면, 상임이사국의 이름을 열거한 유엔 헌장 개정 결의안을 올해 안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개혁안은 일본의 이런 전략에 꼭 들어맞는다.

유엔 헌장 개정을 위해선 191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회원국의 3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53개국과 14개 카리브해공동체 회원국 공략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일본은 3월까지 모두 133억엔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올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아프리카 나라에 대한 무상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까지 1천만장의 모기장을 각국에 보낼 계획도 들어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다음달 아시아·아프리카회의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또 5월 말께 일본과 카리브해공동체 각료급 회의를 4년여 만에 열기로 했으며, 외무성은 각국 파견 일본 대사들에게 5월까지 활동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 산적한 걸림돌 = 최근 일본 외교가 곳곳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동중국해 영토·가스전 분쟁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4개섬 영유권 분쟁, 독도 문제 등으로 급속히 악화한 한-일 관계 등 악재가 널려 있다. 미국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놓고 승강이가 진행 중이다. 국제평화를 이끄는 게 아니라 분쟁을 양산하는 나라로 ‘자격 미달’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아난 총장이 선진국들에 2015년까지 정부개발원조(ODA)를 국민총생산 대비 0.7%가 되도록 요구한 것도 큰 부담이다. 상임이사국에 들어가려면 이 조건을 채워야 하는데, 현재 일본의 정부개발원조 비율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재정악화 등으로 인해 6년 연속 원조 규모를 줄여온 처지여서 확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 한국은 유보?

한국진출 연계 입장 유연…“신뢰중요” 에둘러 일 비판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표성과 책임성, 효율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상임이사국보다는 선출직 이사국을 늘리는 안을 지지하는 셈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2일 “정부는 안보리에서 중견국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생각에 동조하는 나라들과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선출직 이사국을 늘리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한국의 참여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깔려 있다. 힘이 지배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새로운 상임이사국 명단에 드는 것보다는 임기 4년에 재선도 가능한 선출직 이사국을 노리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도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의 안보리 개편 방향과 모순되는 것 아니냐”며 비켜갔다.

정부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도 이런 맥락에서 유보적이며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금은 안보리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단계이지, 어느 나라가 상임이사국이 되는 게 좋겠는가라는 품평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은 지역내 국가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은연중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자격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성명은 “일본은 이웃나라의 신뢰를 먼저 얻는 것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국가로 존경받는 첫걸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와 관련한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 “중국은 반대!”

쿵취안 외교부 대변인…“명확한 역사인식 필요”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유엔을 통한 국제문제의 해결’을 줄곧 주창해온 중국은 ‘유엔 개혁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혀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최근 새로 언급한 내용은 아직 없으나, 쿵취안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9월20일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 움직임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자 분명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유엔 안보리는 주식회사의 이사회가 아니므로 회비를 얼마나 많이 내느냐에 따라서 이사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구실을 맡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사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 외교의 성격상 특정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게 관례지만,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만큼은 중국이 분명한 반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22일 “현재의 안보리 구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를 받아온 미국은 (새 안보리 상임이사국 후보로) 일본 외에 다른 어떤 나라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인도·브라질 등 발전도상국가들은 미국을 지지할 표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독일 또한 지난 이라크 전쟁 때 미국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중국 또한 공개적인 발언과는 달리 자신의 경쟁국인 발전도상국들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내심 반기지 않고 있어 안보리 상임이사국 선출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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