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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3 18:29 수정 : 2007.04.13 19:00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여자친구 승진 압력 ‘일파만파’…해임 여론 거세

신보수주의 세력(네오콘)의 핵심인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라크전 기획자’로 미운 털이 박힌 그가 부당하게 여자친구의 승진과 연봉 인상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폭로된 뒤 사임 압박이 높아가고 있다.

울포위츠 총재의 추문이 이번 주말 185개 회원국 재무·개발 장관들이 모이는 상반기 총회의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3일 전망했다. 이번 총회는 세계은행 이사회가 총재의 부정행위 조사에 나선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울포위츠는 2005년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울포위츠가 세계은행에서 지난 2005년 미 국무부에 파견된 여자친구인 샤히 알리 리자의 연봉을 후하게 주고 승진을 보장하라고 부총재에게 지시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있다고 보도해, 울포위츠를 벼랑끝으로 몰았다. 관련 부서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여자친구의 파견과 처우를 결정했다는 그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에서 주는 리자의 연봉은 2년여 만에 6만달러 이상 올라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보다 1만달러 많은 19만3500달러를 받는다.

이 신문은 다음날 사설에서 울포위츠가 버티면 세계은행은 “뻔뻔한 위선자”가 된다며, 이사회에 총재 해임을 촉구했다. 직원 1만여명이 가입한 세계은행 직원협의회도 “명예롭게 행동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울포위츠는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수를 범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이사회가 어떤 조처를 내놓더라도 감수하겠다”고 했지만,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2001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장 시절 직원과의 염문 때문에 이혼한 울포위츠는 2003년 튀니지 출신의 리자를 만나 사귀어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낙점으로 세계은행에 입성한 울포위츠는 직원들 및 회원국들과 관계가 애초부터 껄끄러웠다. 미 국방부 부장관 출신으로 이라크전 기획자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반감을 사고, 공화당 인사들을 끌어들여 전횡을 일삼는다는 말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부채탕감 등을 위해 300억달러를 모아야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미국 정부한테서 든든한 지원을 얻어내지도 못했다. 특히 지난해 울포위츠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출과 부패 수준을 연계하겠다고 밝히자, 유럽 등은 “세계은행 돈을 미국의 대외정책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내부 개혁과 개도국 부패 청산을 부르짖은 울포위츠의 행태는 이번 추문으로 부메랑이 돼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최대 지분(16.4%)을 지닌 미국이 결자해지하지 않으면 울포위츠를 몰아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많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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