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1 19:39
수정 : 2007.05.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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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욱 /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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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터진 지 4년 남짓, 미군 사망자는 벌써 3500명을 넘어섰다. 9·11 테러로 숨진 2973명보다 훨씬 많다. 그러기에 네오콘 그룹은 워싱턴 정가에서 물러나야 했고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럼에도 ‘병사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란 부시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만 않은 것은 왜일까?
첫째, 이 전쟁은 유일 초강국 지위를 앞으로도 존속시키겠다는 미국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나토 확대와 두 차례의 ‘대테러전’은 21세기 신동맹 질서를 탄생시켰다. 폴란드, 헝가리, 발틱 3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미국의 신우방 그룹이 등장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적 우방들은 한국, 일본과 나란히 미국과의 동맹을 재확인했다. 어디 그뿐인가. 석유대금의 유로 결제를 통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위상을 흔들려던 이란과 베네수엘라와 북한 리비아 등 반미나라들에 미국에 대한 항거는 엄청난 대가를 가져올 뿐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둘째, 미국은 이라크 석유개발 쟁탈전에서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아직 미확인 매장량이 엄청난 이라크 석유는 누가 가질 것인가? 2월 말 이라크 내각이 승인한 석유법은 석유 수입을 인구 비례에 따라 18개주에 골고루 나누되, 그 생산권을 최대 32년 동안 ‘서방 다국적 기업들’에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라크 파병국의 파병 이유가 미국의 강권만이 아니라는 것을 담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전을 그토록 반대했던 중국과 프랑스, 독일까지도 지분 확보를 위해 미국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셋째, 고유가 시대 에너지 시장은 갈수록 시장 논리보다 힘있는 나라들의 전략이 충돌하는 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마저도 미국·중국·일본·유럽의 치열한 진출 경쟁으로 몸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군사기지들을 손에 넣음으로써 중동과 카스피해 지역은 물론, 미래 전략적 요충지인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일대를 부채살 모양으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의 근간’을 마련했다.
미국한테 이라크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 처지에서 이 전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그렇기에 이 전쟁에 대한 평가는 더 더욱 우리의 몫이 아닌 듯하다.
심경욱 /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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