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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유수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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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위망 뚫으려 중국, 900㎞ 송유관 공사
공급 안정성 확보위해 중-러, 미-인도 연대도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배럴 당 7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일시적인 수급문제인가, 한정된 석유자원에서 기인한 구조적 문제인가? 전문가들은 물론 후자를 지목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최근 중국 등 신흥 강대국들의 전략적인 석유자원 확보가 수급문제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편집자
중국은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서남부 도시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과 미얀마의 시트와(아키야브)를 잇는 송유관 공사를 올해 안에 착공하기로 지난 21일 결정했다. 중국은 900km 길이의 이 송유관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석유를 곧바로 본토로 옮길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달초 시트와-만달라이-중국 윈난성 루이리(瑞麗)-쿤밍으로 연결되는 송유관 사업을 승인했다.
중국은 말래카해협을 통과해 돌아오는 것보다 최소한 360㎞의 수송거리가 단축되며, 출몰하는 해적들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송유관 사업은 겉으로 드러난 이런 이유 이외에도 세계 안보대결과 연관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심경욱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움직임은 갈수록 고갈되는 에너지 자원 특히 석유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GPR)도 냉전 뒤 변화된 안보상황에 따른 것이라지만 사실은 석유자원 확보를 의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서 동유럽, 중앙아시아에 미 주둔지역이 새로 생기거나 미군 파병 숫자가 늘었다. 이들 지역은 루마니아 유전, 중동 유전, 기름 바다로 개발이 한창인 카스피해 유전과 잇닿아 있다. 괌과 오키나와는 한국·중국·일본 석유수송로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미군 재배치는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을 유전 지역에서 격리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은 급속한 공업화로 해외 석유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2003년부터 세계 2위의 석유수입국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은 중국 주변에 미군 배치라는 도식적인 형태가 아니라 유사시 중국의 산업과 경제의 숨통을 틀어쥐는 것을 것을 뜻한다.
다급해진 중국은 쿤밍-시트와 송유관 건설을 추진해 왔으며, 이외에도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중국 신장지역의 카쉬에 이르는 송유관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석유를 둘러싼 대립은 석유 수송로에서만이 아니라 석유 공급의 안정성 확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중동에 공을 들여온데다가 최근 석유개발의 붐을 이루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준비하고 거치면서 석유자원에 대한 지배력을 확실히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뒤늦게 석유 확보에 나섰다. 2004년 카자흐스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샤간 유전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지분을 매입하려 했으나 서방쪽의 반대로 좌절되는 등 해외 유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전통 맹방인 러시아로 눈을 돌려 바이칼 유전 지분으로 60억 달러를 투자하고, 러시아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며 중-러 전략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인도를 포함시켜 러시아-중국-인도로 이어지는 국가간 전략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인도와 정상회담을 갖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 파키스탄을 자극하고, 핵 기술 이전을 합의해 주기까지 하면서 인도를 돌려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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