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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가발라’ 레이더 기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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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 미-러 공동기지 푸틴 역제안
미국 어떻게 풀지 관심
독일 북부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8일 막을 내렸다.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과 러시아는 정면충돌을 피하고 ‘협상’ 국면으로 들어갔지만, 화해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최대 현안이던 지구 온난화 대책수립에도 합의했지만, 원칙적 수준에 그쳤다.
미-러 관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제안이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논란을 빚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의 레이더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이 엠디 체제 구축의 명분으로 이란과 북한 등 불량국가를 내세운 만큼, 이란과 접경한 이곳이 최적지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 10기,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동의를 이미 얻었다고 밝혔다. 엘마르 맘마댜로프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은 8일 “미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우리의 현재 방침은 양자 또는 삼자 논의를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옛소련의 일부였던 곳에 레이더 기지를 공동운영하면, 러시아를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시어도어 포스털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미국이 유럽에 설치되는 엠디 체제를 자국의 국방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에 따른 제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이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하면, 러시아는 엠디가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증거로 간주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흥미롭다”고 말했지만, 레이지 기지 공동운영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요격미사일은 폴란드, 레이더 기지는 아제르바이잔에 설치하면 너무 떨어져 있어 실용성이 낮다. 무엇보다도 레이더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면 미국의 군사적인 움직임이 러시아에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또 푸틴 대통령은 폴란드 미사일 배치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요격미사일 기지 설치는 ‘실체적 위협이 없어 아직 공식 논의 자체가 이르다’는 견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미국이 체코 레이더 기지를 포기하고, 옛소련 공화국에 핵심 미사일방어 시설을 설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비타협적’이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미국의 의중을 떠보려고 했을 뿐, 제안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충돌’ 가능성까지 제기했던 푸틴 대통령이 정면충돌을 피한 것을 볼 때, 안보보다는 국내외 정치적 목적으로 미국을 비난해 온 게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찌 됐든 협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두 정상은 오는 7월1~2일 양자 회담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 통신은 8일 “미-러가 새로운 협력을 해나갈지, 대결을 계속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온실가스 2050년까지 절반 감축 합의
환경단체 “강제성 없어 속빈 강정” 정상들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최소한 절반으로 줄이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G8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누구도 이 정치적 선언을 피해갈 수 없으며, 이는 엄청난 진전”이라며 “대단히,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2012년 끝나는 교토 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는 데 자극제가 될 것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전세계 이산화탄소의 28%를 배출하는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합의는 강제규정이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강제 목표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원칙적 수준에 합의했을 뿐이다. 또 인도·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원칙적 합의는 그 의미가 떨어진다. 환경단체들이 ‘속 빈 강정’이라며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초 유럽연합 등은 기온상승을 섭씨 2도로 묶고,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 온실가스 감축,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 20% 향상 등의 구체적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었다.
질병 퇴치에 600억달러 원조 주요 8국 회원국들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말라리아 등을 퇴치하기 위해 6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프리카 개발 원조 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개발 지원금 증액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데마리 비초레크초일 독일 개발원조 장관은 300억달러는 미국이 내기로 약속했고, 독일은 2015년까지 40억유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보트가 회담장 앞바다 보안구역에 침입하는 등 7일에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300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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