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예프 대통령에 사임 압력” 주장도 6월26일 대선 반정부 시위에 밀려 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축출되는 과정에 미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문서가 공개돼 관심을 끈다. 키르기스 관영 <카바르통신>이 입수해 최근 공개한 스티븐 영 키르기스 주재 미국 대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키르기스 정치권 지도자들과 긴밀히 만나면서 총선 이후 정국을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영 대사는 지난해 12월30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총선 이후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아카예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하도록 압력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키르기스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의 역학관계에 대해 분석한 뒤 “미국과 키르기스 관계의 효과적인 발전을 위해 총리 출신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영 대사는 바키예프를 이미 여러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는데, 그는 지난 24일 아카예프 대통령이 쫓겨난 뒤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영 대사는 또 이번에 시위대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나 내무장관에 기용된 펠릭스 쿨로프(56)와 유일한 여성 지도자 로자 오툰바예바 등을 거론한 뒤, “우리의 주요 후보인 바키예프가 패배할 경우,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고수하는 쿨로프가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총선 준비 단계에서 유망한 야당세력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3천만달러 수준으로 올리는 게 필수적이며, 민주주의재단(NDI)·프리덤하우스 등을 통해 추가 자금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키르기스 의회는 축출된 아카예프 대통령 후임자 선출을 위한 선거를 오는 6월26일 치르기로 하고 그때까지 현 의회 임기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에이피통신>이 26일 전했다. 그러나 술라이만 이만바예프 위원장이 건강상 문제로 최근 사임함에 따라 뒤를 이은 투르구넬리 압드라이모프 키르기스 신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7일 신·구 의회 정통성을 두고 일고 있는 논란과 관련해 새 의회의 정통성을 인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천여명의 주민들이 경찰에 자원하면서 아카예프 대통령 축출 직후 벌어졌던 약탈과 폭력사태는 가라앉았고, 그를 지지하는 수백명의 시위대도 자진해산하는 등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정인환 기자, 외신종합 inhwan@hani.co.kr inhwan@hani.co.kr
“송유관 건설 차질” 속타는 중국 ‘반 체제’ 위구르족, 키르기스서 활동 재개 우려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의 하야 이후 정국이 혼미상태에 빠진 키르기스스탄공화국에 “미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홍콩 〈문회보〉가 27일 논평을 통해 주장했다. 친중국계인 〈문회보〉의 이런 논평은 최근 미국·러시아에 맞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꾀해온 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논평은 아카예프 대통령의 하야를 “친러시아 정권이 타도된 것”으로 평가했으나 아카예프와 협력해온 중국에게도 영향이 적지 않다. 논평은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이 이 지역 국가들에 ‘친서방 정권’을 세움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력을 삭감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며 △중앙아시아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등 ‘일석삼조’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키르기스 자체는 석유 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국가는 아니지만, 중동과 더불어 새로운 석유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는 카스피해 연안의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석유 부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 송유관의 주요 통과기지이자 석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아프간과 이라크를 점령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이른바 ‘민주 정부’ 구성을 지원하는 ‘광역 중동지구’ 계획을 추진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점령을 통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제공권을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스피해의 풍부한 석유 자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셰바르 전 소련 대외정보국 국장은 “미국이 이 지역에 개입하면서 내세우고 있는 ‘민주주의’와 ‘반테러’는 ‘석유쟁탈 대전’이라는 실상을 가리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움직임에 ‘석유’말고 다른 이익 동기는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이 곳에 미국의 통제를 받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분리독립운동 활동이 강화되고, 카스피해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잇는 송유관 건설사업이 방해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키르기스는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의 전통적인 근거지”라며 “키르기스 정국이 빨리 질서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이 테러주의자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을 중국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봉황위성티브이〉가 27일 보도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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