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8 19:52
수정 : 2005.03.28 19:52
중국 〈동방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무기상인들이 요즘 떼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가령 세계 최대 군수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지난해 총 355억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순이익은 1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60억~375억달러라고 한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1월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록히드 마틴은 지난해 팬터건에 미사일과 군함 제조 등으로 207억달러어치의 무기를 팔아 미 국방부에 가장 많은 무기를 팔아먹은 기업이었다. 2위는 171억달러어치를 팔아먹은 보잉이었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니라 사정은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가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러시아가 무기 수출로 수금한 금액은 55억달러 정도로, 세계 무기시장의 절반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에 비하면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러시아는 무기 수출 덕분에 경제가 활력을 띠고 있다. 러시아 군수품 수출 분야를 주관하는 이리아 크리예바로프는 “올해 각국과 첨단무기 판매계약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러시아의 뒤를 이어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이 무기 수출의 ‘선진국’들이다. 무기수출국가들의 움직임을 보면 이들이 매우 지혜롭다는 걸 알 수 있다. 무기 판매의 선결 조건은 ‘갈등’이다. 갈등이 있는 지역의 쌍방은 모두 상대보다 더 성능이 우수한 첨단무기를 필요로 한다. 무기상인들은 마치 갈등지역의 상공에서 쌍방을 굽어내려다 보듯 양쪽에 조금씩 나은 무기를 번갈아 공급하면서 어렵지 않게 매상고를 올린다. 가령 러시아는 중국에 3세대 수호이 전투기의 판매에 매우 인색하면서도 인도에는 3.5세대 수호이 전투기 SU-34를 넘겨주기로 서명했다. 인도와 국경분쟁 등 오랜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인도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에 무기 사재기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대만에 무인비행기를 판매한 것도 같은 수법이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말 중국에 판매한 무인비행기의 성능을 향상시킨 최신형 무인비행기를 지난해 대만에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무인비행기는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적진 깊숙이 침투해 레이더망과 통신수단 파괴 등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다.
중국은 이스라엘이 대만에 개량된 무인비행기를 판매하기로 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즉각 이스라엘에 해당 비행기의 성능 향상을 요청했다. 이 거래는 미국의 간섭으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무기 판매상들이 갈등 지역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무기 상인들이 수지맞는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60년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죽음의 상인’의 지혜에서 거꾸로 교훈을 얻는다면, 한반도의 두 정부는 내면적으로 단결을 강화하는 길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마침 최근 독도분쟁과 일본의 야심은 남북한이 공조할 수 있는 호재를 제공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조차 “한국과 조선(북한)이 단결해서 일본을 타도하라”는 의견을 수없이 올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남북한이 관계의 전기를 마련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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