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9 17:53
수정 : 2005.03.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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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를향해지난해 12월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반다아체 주민들이 29일 전날 밤 늦게 또 한차례 강진이 일어난 직후 오토바이와 수레 등을 타고 가족들과 높은 지대로 급히 대피하고 있다. 반다아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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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켓 관광객들 안전대피지난해 12월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타이 남부 휴양지 푸껫섬에서 29일 관광객들이 규모 8.7의 강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다시 해일이 덮칠까봐 서둘러 언덕으로 대피했다. 푸껫/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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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니아스섬 건물80% 붕괴
지난해 말의 지진해일 충격에서 헤어지나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강진에 휘말린 니아스섬은 섬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지난번 지진해일 때 살아남은 건물들마저 대부분 무너졌고, 전력공급도 중단돼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도시가 파괴됐다”=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섬의 중심도시인) 구눙시톨리 건물의 80%가 붕괴됐다”고 밝혔다. 이 지역 신부 레이먼드 라이아는 외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됐다”는 말만 반복했다. 많은 목격자들은 “큰 불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니아스섬의 여성 핑핑은 “파도가 지난 지진해일 때보다 훨씬 더 높은 30m로 치솟았다”며 “지진 직후 인근 언덕으로 도망쳤다 돌아온 수천명 주민들이 이를 보고 다시 언덕으로 달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수마트라 인근 시메울레우섬에도 높이 3m의 파도가 밀어닥쳐 주요 병원 건물이 파괴되고 25명이 숨졌다. 지난 지진해일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아체주 수도 반다 아체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전기가 끊겼으며 주민들은 차량을 몰아 고지대로 달음질 쳤다. 아체주 남서부 해안의 아체 싱킬 마을 전체가 지진으로 폭삭 무너졌다.
서핑족과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 지역은 이번 지진 때는 외국인들이 별로 머물고 있지 않아 외국인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섬은 최근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관광시설을 개발 중이었으나, 강진으로 인해 이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수실로 밤방 요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현장 방문을 위해 오래 전에 예정돼 있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 긴급 복구는 어려울 듯= 현지 경찰은 “정전으로 인해 피해자 파악 등 구조 작업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살아남은 사람들 수천명은 모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니아스섬의 주요 공항인 시톨리 공항 건물이 붕괴되고 활주로가 망가져 구호단체들은 일단 인근 시볼가 공항으로 향했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착륙하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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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스런 시선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는 원통형 지진계. 위쪽의 플라스마 화면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진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갖가지 크기의 원은 지진의 강도를 보여준다. 뉴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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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차림 한밤대피…3달전 악몽 재연. 정전으로 구조차질…한국인 피해없어
지난 지진해일 때와 달리 긴급 해일 경보 발동으로 주변 나라 사람들도 해안가를 탈출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으나 별다는 피해는 입지 않았다. 쓰나미 경보가 발동된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천명이 지난해 악몽으로 일단 해안가를 탈출했다. 특히 지난해말 국가 산업이 기우뚱한 타이는 긴급 경보를 내려 남부 안다만해 6개주 주민과 관광객들을 즉각 대피하도록 했다.
◇ 현지 한국인은 피해 없어=이번 지진과 관련해 인도네시아의 한국 교민이나 한국 기업체들도 별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 박상협 부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니아스섬과 인근 지역에 교민이나 한국 기업이 없어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마트라섬 메단시 교민회에 따르면, 지난번 지진해일 때보다도 이번 지진이 진동이 더했지만, 해일이 동반되지 않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피해지역이 인구가 그리 많은 곳이 아니라서 수출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인도네시아 사업장은 자카르타에 있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고 진앙지 부근에 현지 채용인이 운영하는 대리점이 있지만, 이 역시 무사한 것으로 전해했다.
◇여진인가?=이번 지진이 지난해 말 일어났던 초대형 지진의 여진인가 혹은 새로운 지진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여진은 보통 지진이 일어났던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는 것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도 지속될 수 있다. 본 지진이 크고 강력할 수록 여진도 세고 장기간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해 12월26일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대형 지진이 일어난 뒤 이 지역에서는 간헐적인 여진이 계속돼왔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지구과학연구소의 지진학자 필 커민스는 이번 지진이 지난번 지진 때 호주지각판이 수마트라지각판과 충돌해 밑으로 파고들어가면서 생긴 것과 같은 경계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민스는 이번 지진을 여진으로 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콜로라도주 골든 소재 지진정보센터는 이번 지진 발생초기에 지진 강도를 리히터 규모 8.0으로 계산했다. 8.0 이상의 지진은 여진이라기보다 독자적으로 발생한 지진으로 간주되는 것이 보통이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지구과학연구소는 지난해 지진이 이번 것보다 2배-4배 정도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USGS가 이번 지진의 강도를 초기 발표 후 수시간 만에 리히터 규모 8.7로 수정하면서 여진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이태희, 이본영,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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