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8 18:11
수정 : 2007.08.08 20:28
영 조기철수 움직임에 미 ‘정치·군사적 부담’ 우려
브라운 총리 대미 외교 ‘새 노선’ 에 관심 증폭
‘테러와의 전쟁’에서 ‘혈맹’ 관계를 과시해 온 미국과 영국 사이에 미묘한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 주둔 영국군 철군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새로운 노선 때문인지도 관심거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미 행정부 안에서 영국군의 조기 철군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소식통은 “영국군이 올해 말 또는 내·후년 등 철군 시기를 고민하고 있으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군이 머무는 한 영국군이 있어 주길 바라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영국에 이런 우려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철군 압력을 받는 미 행정부는 영국군 철군이 불러올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다는 미국 쪽 인사들의 말을 전했다.
2003년 침공 초기에 4만여명을 투입한 영국군은 이후 바스라에 사령부를 두고 미군과 함께 이라크를 ‘분할 점령’해왔다. 미군은 중·서·북부를 장악하고, 영국군은 남부를 맡았다. 허울뿐인 다른 나라 출신 다국적군과는 달리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상당한 힘이 됐다. 그러나 영국군 숫자는 차츰 줄어 현재 5500여명이고, 조만간 500명을 추가로 뺀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2008년까지는 영국군이 바스라에 주둔할 것이라고 올해 초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브라운 총리의 취임 이후 영국은 철군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크 스티럽 영국군 합참의장은 지난달 말 미-영 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스라의 치안권을 올해 안에 이라크 정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브라운 총리는 미군의 철군 일정과 상관없이 영국군 철군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영국군이 도심에서 철수하면서, 바스라의 치안이 크게 불안해졌다고 보도했다. 영국군은 현재 바스라 교외의 공항 안에 주둔하면서 외부 작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행태도 조기 철군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미군과 미 정보당국 인사들은 이 신문에서 영국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 고위 관리는 “기본적으로 영국군은 이라크 남부에서 패배했다”고 비판했다. 미군은 영국군이 물러나면 쿠웨이트 미군기지와의 병참선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데이비드 밀리번드 영국 외무장관은 7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한테 관타나모수용소에 있는 아랍권 출신 영국 영주권자 5명의 송환을 요구했다. 영국 언론들은 관타나모수용소에서 5년여 동안 고문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 이들에 대해 가족과 변호인들이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요르단 출신인 자밀 엘바나를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으라는 법원 판결이 9일 나올 것으로 내다본 영국 정부가 선수를 친 것으로 해석했다. 영국 정부는 이들을 넘겨받아 24시간 감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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