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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4 20:38 수정 : 2007.08.14 20:56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아이들만 먹을 수 있다면 도둑질도 탈레반도 한다”

아프간 남부지역에서는 4월 말이면 매혹적인 양귀비꽃이 핀다. 꽃 봉우리에 상처를 내 흘러나오는 진액, 즉 순수 아편 액을 받아내는 양귀비 추수는 5월 중순이면 끝난다. 올해 5월, 탈레반의 주요 거점이자 아프간 양귀비의 40% 가량을 생산하는 헬만드주는 양귀비 추수에 동원되는 계절 노동자로 북적였다. 농부들은 주정부와 탈레반 양쪽에 양귀비 추수를 망치면 등을 돌리겠다고 협박했다. 지역민의 지원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탈레반은 농부들의 양귀비 수확을 돕기 위해 전투를 중단했다. 나토군 등도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사상 최대의 양귀비 풍작이었다. 올해 추산 생산량만 9천t 이상이다. 전세계 아편시장 수요를 다 채우고도 남아 돌 정도다. 아프간은 땅이 메말라 딱히 키울 만한 작물이 없다. 특히 척박한 헬만드 등 남부지역에서 양귀비가 최고의 수입원이다. 탈레반은 정권을 잡은 뒤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다. 하지만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뒤 치안공백으로 농민들은 다시 양귀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아프간 정부는 강경책을 동원했다. 정부가 동원한 막대기 부대가 양귀비 밭을 갈아엎었다.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탈레반은 방침을 바꿔 농민들에게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할테니 양귀비를 재배하라’고 부추겼다. 당연히 민심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탈레반 쪽으로 돌아섰다.

탈레반의 보호를 받으며 수확된 아편은 밀매업자들을 통해 유럽 등으로 나간다. 헬만드에서 생산된 아편이 이란을 거쳐 터키에 도착하는 데는 약 한달이 걸린다.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한 경호부대까지 딸린 ‘아편트럭’은 보통 10~15대 단위로 움직인다. 트럭 운전사에게만 한달 약 1700달러가 지급된다. 아프간에선 상상하기 힘든 돈이다.

최근 탈레반 세력이 급증하는 데는 파키스탄의 정세 변화가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초 파키스탄 정부는 특수부대를 동원해 이슬라마바드의 랄마스지드(붉은 사원)를 진압했다.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탈레반을 교육하는 마드라사(종교학교)인 이곳을 진압함으로써 파키스탄내 탈레반 세력은 심각한 위협을 받았고, 이들이 아프간으로 들어와 지역 탈레반과 공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나토군의 지역 관습과 전통을 무시한 진압작전 또한 민심을 탈레반 쪽으로 기울게 하고 있다. 게릴라식으로 움직이는 탈레반을 겨냥한 폭격이 지역민만 다치게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강력한 탈레반 지지세력으로 돌변한다. 나토군의 작전으로 자식을 잃은 한 남성은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들이 우리를 탈레반에게 협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자식 뿐아니라 손자까지도 탈레반에게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칸다하르에서 만난 청년 카말 샤는 “아이들만 먹일 수 있다면 도둑질도, 탈레반도,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누가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는가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돈이 가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고 돈으로 민심도 살 수 있다. 전쟁에 쏟아붓는 돈을 재건사업에 쓰면 탈레반은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 칸다하르/강경란 분쟁 전문 취재 프리랜서 피디(FN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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