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2 19:19
수정 : 2007.08.2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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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키 이라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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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옹호 태도 바꿔 주목…정파 갈등 심화되자 ‘거리두기’ 분석
미국 정계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사임론이 제기된 지 하룻만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부에 실망감을 표시해 주목된다. 알말리키 총리는 “(미국이 아닌) 다른 친구를 찾을 수도 있다”고 되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캐나다 몽트벨로에서 캐나다·멕시코 정상들과 회담한 뒤 알말리키 정부의 무능함에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알말리키 총리를 “이라크에 필요한 사람”이라며 옹호하던 태도와 크게 다르다. 이날 언급은 전날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이 “이라크 의회가 알말리키 총리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미군 증파 성과보고서의 의회 제출시한(9월15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난 1월 증파 계획을 발표하면서, 테러 대처 능력을 높이고 종파·종족간 화해와 합의에 바탕한 정부 수립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이 공수표가 될 게 명확해지자 상황을 알말리키 총리의 무능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시아파 주도로 성립된 알말리키 정부는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와 수니파인 ‘이라크 화합전선’의 이탈로 ‘반쪽 정부’가 돼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절반 남짓한 각료들이 사임하거나 집무를 거부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시아파 민병대 해체와 석유개발 법안 처리 등 미국이 처리를 바라는 사안들에도 진전이 없다.
부시 행정부가 실제로 이라크 총리 교체를 추진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언론들은 현 체제 유지 쪽에 무게를 뒀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리아를 방문 중인 알말리키 총리는 22일 미국 쪽의 비판을 접하고 “누구도 이라크 정부한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며 반발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다른 친구를 찾을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최근 미국의 숙적인 이란을 전격 방문해 부시 대통령한테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까지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후 22일 미주리주에서 예비역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알말리키 총리는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알말리키 총리가 자리를 유지할지 말지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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