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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3 09:20 수정 : 2005.04.03 09:20

2일(현지시간)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최근자신을 알현한 폴란드 신부와 수녀들에게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 또한 행복하십시오"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바오로 2세의 인기비결은 그의 유머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황은 어려운 고비때마다 촌철살인적인 유머로 분위기를 녹였다.

다른 사람을 픽 웃게 만드는 농담은 교황의 위엄과는 사실 거리가 있다.

하지만 교황은 기관절제 수술의 후유증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지난 2월25일마취상태에서 깨어나자 마자 필담으로 던진 일성이 "그들(의사)이 내게 무슨 일(짓)을 한 거지?"라는 농담이었다.

또 이 수술전에 의료진이 교황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작은 수술'이 될 것이라고설명하자, 교황은 자신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의식한 듯 "작은 수술이라고! (수술받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문제겠지!"라고 익살스럽게 대꾸했다.

교황청은 교황의 이 같은 우스갯소리를 언론에 적극 공개해 왔다.


교황의 건강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가라앉히고, 품위를 유지하면서 역경에 맞서는 교황의 모습을 가톨릭계를 비롯한 전세계에 보여주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바오로 2세는 예복을 차려 입은 근엄한 모습 속에서도 따스함과 재치를 잃지 않음으로써 이전의 대부분 교황들과는 달리 신도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된 일화는 수없이 많다.

폴란드 출신인 바오로 2세는 1978년 10월22일 자신의 즉위식 후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도들에게 자신의 이탈리어 발음이 틀리면 지적해 달라고 솔직히 호소했고,강론이 끝난 후 신도들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환호를 보내자 "이제 점심먹을 시간입니다.

교황도 밥 먹여야지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교황은 5년전 로마 교외의 여름 별장에서 캐나다에서 온 젊은 순례자들을 접견하면서 찰리 채플린 처럼 자신의 지팡이를 돌리는 묘기를 보여줌으로써 좌중에 웃음꽃을 선사했다.

그는 또 교황 즉위 초기에 교황도 사임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사직서를 어디에 내야할지 계속 모른 채로 지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94년 게멜리 병원에서 둔부 수술을 받은 뒤 교황은 병원 창문 밖에 있는신도들을 향해 "내 평생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정밀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내 몸에) 그런 기관들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건강 문제와 연관돼 교황의 퇴위문제가 부상했다.

이에 바오로 2세는 익살스레 자신이 불구가 되면 교황직에서 물러날 수 있 게한 교회법을 거론하면서 "의사 선생님, 당신이나 나나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명예교황 자리가 없으니 당신은 나를 고쳐줘야 합니다.

"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사이 파킨슨병과 무릎 및 엉덩이 통증 등으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교황의 농담에는 다소간 자책이 녹아 들기도 했다.

교황은 한번은 젊은이들의 알현을 받는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젊은 교황을 원한다고요. 글쎄, 나도 젊은 교황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농담을 건넸다.

가톨릭 신도를 비롯한 전세계인들은 이제 바오로 2세의 그런 유머를 들을 수 없게된 것을 아쉬워 하고 있다.

(바티칸시티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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