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3 17:08
수정 : 2005.04.03 17:08
미국 부시 행정부 제2기의 화두는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긴 하지만 1기의 테러와의 전쟁이나 석유 이권, 혹은 패권주의 같은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보편적이고 인간적이기도 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내 보수주의자들은 사회보장세의 일부(약 3분의 1)를 개인계좌로 전환할 것을 골자로 한 사회보장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 퇴직자들에게 정부가 약속한 최소 금액을 보장하고, 수백만의 저소득층과 소수민족,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연금개혁안은 현재 약 1조달러가 넘는 사회보장기금이 향후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특히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게 되면 사회보장기금 고갈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연금개혁안이 잘못된 가정들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민영화가 정부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그것이다. 실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자리를 곧 물러나게 될 그린스펀도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계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부시의 연금개혁을 지지했다. 막대한 재정적자는 그동안 달러화 강세 등을 통해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들인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계좌를 도입하여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단기적으로 재정 압박을 초래하여 기금고갈 시기를 오히려 앞당길 우려가 많다. 사회보장세의 일부를 개인계좌로 소유하게 되면 기존 퇴직자나 퇴직예정자에 대해 지불해야 할 연금액이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추가 과세나 정부차입을 통해 부족분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잘못된 근거는 개인계좌를 확대하면 국민저축이 늘고 따라서 ‘부(富)의 효과’가 커지게 될 것이며 이것은 곧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나 이 역시 공공저축으로서 성격을 가지는 기금 적립금을 개인 저축 계정으로 옮기는 것일 뿐 전체 저축 규모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개인의 입장에서 자기 명의의 계좌를 가지게 되면 심리적으로 다른 부문의 저축을 줄일 가능성 있어 국민저축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이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연금개혁안이 시행된다면 퇴직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기존에 보장된 금액보다 훨씬 적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민영화를 통해 개인들에게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소유자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또 세대간 합의를 그나마 유지시키던 사회보장시스템을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부시의 사회보장 개혁안에 대한 여론이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을 보면 이러한 연금개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파동 이후 여러 개혁안들이 제출되고, 합의를 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사회보장 개혁이 어떻게 귀결될지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이다.
송원근/진주산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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