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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3 21:38 수정 : 2005.04.03 21:38

천년 사원 이집트 카이로의 옛 시가지에 자리한 알아즈하르 사원. 서기 971년 파티마 왕조가 건립한 이 사원을 모태로 태어난 알아즈하르대학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이슬람 전통에 바탕한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으로 꼽힌다.



중동 다시 깊이보기

1. 아라파트 이후의 팔레스타인
2. 석유와 내전-수단의 명담
3. 이슬람주의 마지막 불꽃, 알제리
4. 중동의 관광대국 꿈꾸는 튀니지
5. 리비아, 투항인가 변신인가
6. 모로코의 정치개혁 실험
7. 중동평화와 이집트의 선택
8. 이슬람주의 산실, 알아즈하르 대학
9. 유헙행 둘러싼 터키의 고뇌
10. 좌담

1000년 역사…나세르정권 현대화
꾸란 필수과목·성직자 권위 절대적
“9·11은 범죄” 파트와 내려 강력비판

‘이슬람 교육문화의 정수인가,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산실인가?’

이집트 카이로 알아즈하르대학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전세계 무슬림들은 알아즈하르를 이슬람 문화와 교육의 꽃으로 선망한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서구 일각에선 1993년 발생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폭탄테러 사건을 주범으로 꼽히는 오마르 압둘 라흐만을 배출한 이 학교를 반지성의 상징쯤으로 여긴다. 때문에 1천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알아즈하르를 둘러싼 이런 논쟁에 다가서는 건 이슬람을 이해하는 한가지 열쇠가 될 수 있다.

‘빛나는 꽃들’이라는 뜻을 가진 알아즈하르의 역사는 서기 971년 이집트 파티마 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아파 교리를 신봉했던 파티마 왕조를 선교를 목적으로 알아즈하르 사원을 건립했고, 988년 사원 안에 전문적인 선교요원 양성을 위한 기구로 대학을 세웠다. 유럽 가장 오래됐다는 볼로냐 대학이 12세기 후반에야 문을 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200년이나 앞선 10세기 후반에 신학대학으로 출발한 알아즈하르가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파티마왕조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한 알아즈하르는 12세기 말 이후 수니파 교리를 따르는 새로운 지배층에 의해 시아파 교육기관에서 수니파 교육기관으로 바뀌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때 이슬람 문화 중심지였던 바그다드와 안달루시아의 쇠퇴로 13세기 중반 이후엔 이슬람 문화와 학문 중심이 이집트 카이로로 옮겨오게 되면서, 알아즈하르는 명실상부한 이슬람권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이슬람 종교과목만 가르치는 신학대학이었던 알아즈하르가 현재의 일반 종합대학교로 탈바꿈한 것은 지난 1961년 이집트 정부가 관련 법을 마련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여자대학도 따로 세워져 여성들의 교육 참여도 확대됐으며, 현재 알아즈하르는 이집트 전역 10개 지방도시에 대학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카이로에 있는 알아즈하르대학은 두 곳의 교정에 19개 단과대학을 갖추고 있다. 옛 카이로 중심지인 후세인 거리에 알아즈하르 사원 곁에는 전통 이슬람학 관련 단과대학들이 자리하고 있고, 신도시인 나세르시티에는 여자대학을 위시해 의대·공대 등이 자리해 현대적 학문을 가르치고 있다.

그럼에도 알아즈하르의 이슬람 학문과 선교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변하지 않고 있다. 알아즈하르의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꾸란과 사도의 언행록 등 종교과목을 이수해야만 정식 학위과정에 들어올 수 있다. 알아즈하르를 대표하는 인물이 총장이 아닌 이슬람 성직자(셰이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집트 국내의 이슬람과 관련된 모든 종교적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는 셰이크 알아즈하르는 사원과 대학, 그 부속기관의 수장으로, 대통령이 임명해 내각 수상에 준하는 예우를 받고 있다.

특히 ‘종교의 수장’으로서 셰이크 알아즈하르가 누리는 권위는 절대적이다. 옛부터 이집트 국내외의 종교·사회문제에 대한 파트와(법의결정)를 내려온 셰이크 알아즈하르는 전세계 무슬림들의 지도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를테면 현 셰이크 알아즈하르인 모함마드 사이드 탄타위는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민중봉기)는 지하드(성전)다. 이는 이스라엘이 죄없는 백성을 죽이고 힘없는 어린이와 여성들에게도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라는 파트와를 내려 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무장투쟁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전세계 무슬림들이 이를 적극 지지하도록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자살폭탄 공격은 순교이며, 테러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영국을 비난하며 전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촉구하기도 했으며, “이라크를 돕는 사람들을 지지하며 지하드는 항상 열려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알아즈하르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산실’ 쯤으로 여기는 서구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9·11 동시테러에 대해 셰이크 알아즈하르는 “샤리아법 해석으로나, 윤리적으로 보나,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범죄”라며 “과격 무장세력들의 행동은 이슬람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최근엔 프랑스 정부가 무슬림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시킨 것을 두고도 “법률 제정 문제는 프랑스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파트와를 내려 이슬람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슬람 문화의 근간인 꾸란과 아랍어 보존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알아즈하르는 분명 이슬람 문화의 꽃과 같은 존재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만연한 오늘 급변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알아즈하르는 ‘이슬람 주의’의 내일을 미뤄볼 수 있는 맑은 거울이다.

글·사진 박재양 교수/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이라크 불법침략 입 닫고 과격 무슬림 단죄는 잘못”

힐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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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진실과 인간들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는 종교다. 테러와는 어떤 관련이 없다.” 지난 2월7일 카이로의 알아즈하르대학에서 만난 압둘 가파르 힐랄 교수(아랍언어학과)는 “이슬람주의자를 자처하는 일부 세력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전체 무슬림들에게 떠넘기는 건 부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면서 이집트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힐랄 교수에게 알아즈하르와 이슬람주의 등을 물었다.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이슬람하면 먼저 테러를 떠올린다.

=이슬람은 모든 사람에게 말한다. ‘여성의 장’ 1절을 보자. “인간들이여, 너희들의 주님을 경외하라. 한 몸에서 너희들을 창조했고, 그것으로부터 배우자를 두었으니, 그로 하여금 남녀가 풍성히 번영토록 하였느니라”고 말한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인간은 한 뿌리이며 이슬람은 인종차별 없이 모든 인간들을 평등하게 바라본다. 진실과 인간들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는 이슬람은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일부에선 알아즈하르가 이슬람극단주의자 양성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공격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복역중인 오마르 압둘 라흐만은 알아즈하르 졸업생이자 교수였는데.

=물론 알아즈하르의 이념을 벗어나 행동하는 졸업생도 있다. 라흐만이 이곳에서 공부한 것은 맞지만, 그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알아즈하르 구성원 대부분의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오사마 빈라덴이 이슬람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집안 식구 중에도 올바른 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자도 있다. 전세계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이 모두 폭력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집단과 손을 잡고 있는가? 어떤 사회든 한가지 노선으로 갈 수 없는 것은 마치 한 나무의 가지라도 똑같은 푸른 잎을 가질 수 없는 것과 같다. 한 가지에서 나온 잎이 푸르고 다른 가지에서 나온 잎이 죽은 빛깔을 띤다고 해서, 그 나무가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라크를 불법 침략해 수많은 민간인이 스러져 간 것엔 침묵하면서도, 극소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서양인 한 두명을 죽이면 ‘이것이 이슬람’이라고 주장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알아즈하르대학을 소개한다면?

=알아즈하르는 꾸란과 하디스(예언자 마호메트의 언행록)를 기본으로 이슬람 법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정치색을 띠지 않는 순수한 이슬람 고등교육기관이다. 또 국경을 초월해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이슬람을 공부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국적을 초월해 무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수업에 들어가 보면 한 교실에서 50% 이상이 외국학생일 정도로 국제적인 학풍을 지니고 있다.

박재양 교수


알아즈하르의 ‘파트와’ 들

수에즈 국유화땐 정부 뒷받침
남녀평등 옹호로 반발 사기도

전세계 10억이 넘는 수니파 이슬람 신자들의 일상에 끼치는 알아즈하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알아즈하르 파트와위원회에서 내리는 중요 결정사항은 고스란히 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좌표로 받아들여 진다. 셰이크 알아즈하르가 파트와를 발표할 때마다 아랍권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앞다퉈 이를 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트와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알아즈하르는 판단기준을 내놓고 있다.

지난 1956년 낫세르 정권의 수에즈운하 국유화 선언으로 영국 등과 전운이 감돌 때 알아즈하르는 “샤리아법의 관점에서 볼 때 (국유화 선언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지혜로운 결정”이라는 파트와를 내렸다. 이는 전쟁의 공포로 떨고 있던 당시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또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봉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이슬람 공동체의 협력을 여러차례 강조해왔고, ‘무슬림의 적’에게 이익을 주는 외국상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사회적인 발언에 적극적이다.

일상적인 문제에도 파트와는 내려진다. “현대 의학적인 방법으로 일정기간 피임을 하는 것은 허용되며, 임신 4개월 이후에는 낙태를 할 수 없다”는 알아즈하르의 파트와는 고스란히 이슬람적 가족계획의 기준이 됐다. 최근 열린 의학세미나에선 “장기판매는 이슬람에서 하람(금기)이며, 장기기증은 기증자의 생명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이식 수술은 죽기 전 기증자가 유언을 했을 경우 주검으로부터 산 자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알아즈하르의 파트와가 전해지기도 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알아즈하르의 파트와는 때로 논쟁을 부르기도 한다. 알아즈하르는 여성들의 사관학교 입학과 군입대 허용에 찬성하고, 의학적 판단 아래 필요하다면 성 전환 수술을 허용해야 한다고 파트와를 내린 바 있다. 또 급진 이슬람단체 회원들의 군사재판 회부에 찬성하고,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이슬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등의 파트와는 일부 전통주의자들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박재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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