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로마 교황청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교황의 타계 소식만 간단하게 알렸다. ◇ 5일간 애도 기간 선포=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에선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역 교회에서 종이 울리고 관공서는 사이렌을 울렸다. 폴란드의 영화관과 공연장은 상영과 상연을 중단했고, 축구팀은 경기를 취소했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긴급 각의를 연 뒤 텔레비전에 출연해 오는 6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폴란드 국적 항공사인 로트(LOT)는 3일과 4일자 로마행 비행기 표는 매진됐으며 로마행 좌석 예약 문의가 3∼4초에 한 번꼴로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에선 슬픔에 더해 한 시대를 종언하는 역사적 사건을 맞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공산주의 정부 붕괴 등 지난 30년간 역사적 격랑을 겪은 폴란드에서 교황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선 폴란드의 영웅이자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폴란드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폴란드인이자 가톨릭 신자나 비신자나 상관 없는 모든 폴란드인의 아버지가 사라졌다”며 “그가 없었더라면 폴란드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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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주말 충격…한숨…눈물 |
2일 밤(현지시각)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티칸 광장에는 다양한 인종과 나이의 가톨릭 신자 10만여명이 몰려들어 교황을 추모했다.
종교색을 달리 하는 아랍권을 포함해 전 세계 각국에서 세계적 지도자를 기리는 애도 성명이 줄을 이었다. 특히 교황의 고향인 폴란드는 국상을 당한 듯 나라 전체가 침통에 빠졌다.
◇ 신음하는 바티칸=교황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다소 떠들썩했던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은 밤 9시37분(현지시각) 교황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일순간 ‘충격의 정적’이 감돌았다. 일부는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고, 다른 이들은 깊은 숨을 내쉬며 성호를 긋거나 들고 있던 묵주를 꽉 잡아쥐었다. 애써 삼키는 신음 소리와 울음 소리도 들렸다. 그러다가 박수소리가 잔잔히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고인에게 존경을 표하는 이탈리아식 추모방식이었다.
교황 측근이었던 리어나도 산드리 대주교가 “우리는 오늘밤 고아가 됐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기도를 마친 뒤 군중의 귀가를 독려했으나 사람들은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시간이 갈수록 광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성베드로 광장 일대로 통하는 주요 도로는 일대 혼잡을 빚었다. 자정이 지난 뒤에도 많은 이들은 교황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듯 불꺼진 교황 방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줄잇는 각국 애도 성명=미국에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까지 나라와 대륙, 인종을 가리지 않고 애도 성명이 줄을 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이날 교황의 나이에 맞춰 84차례의 조종을 울렸으며, 미국 뉴욕의 성패트릭 성당을 비롯한 각국 성당도 특별 미사를 집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실하고 훌륭했던 신의 사도가 하늘나라로 돌아갔다”며 “세계는 평화와 자유를 위하는 투사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교황은 특정 종교의 지도자가 아닌 끊임없이 평화를 추구하고 종교간 대화를 개척하고 교회를 자기비판한 지도자였다”고 치켜세웠다. 아랍연맹은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압박받는 사람들을 지지해 온 교황의 고귀한 자세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모든 인류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우리는 오늘 모든 사람을 위해 평화와 정의에 삶을 헌신한 매우 중요한 종교 지도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도 애도 성명에 동참했다.
교황 방문으로 각별한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쿠바 정부는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신자유주의와 싸우며 평화를 위해 노력한 교황을 항상 친구로 여겨왔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도 잇따라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지만 로마 교황청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교황의 타계 소식만 간단하게 알렸다. ◇ 5일간 애도 기간 선포=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에선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역 교회에서 종이 울리고 관공서는 사이렌을 울렸다. 폴란드의 영화관과 공연장은 상영과 상연을 중단했고, 축구팀은 경기를 취소했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긴급 각의를 연 뒤 텔레비전에 출연해 오는 6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폴란드 국적 항공사인 로트(LOT)는 3일과 4일자 로마행 비행기 표는 매진됐으며 로마행 좌석 예약 문의가 3∼4초에 한 번꼴로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에선 슬픔에 더해 한 시대를 종언하는 역사적 사건을 맞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공산주의 정부 붕괴 등 지난 30년간 역사적 격랑을 겪은 폴란드에서 교황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선 폴란드의 영웅이자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폴란드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폴란드인이자 가톨릭 신자나 비신자나 상관 없는 모든 폴란드인의 아버지가 사라졌다”며 “그가 없었더라면 폴란드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하지만 로마 교황청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교황의 타계 소식만 간단하게 알렸다. ◇ 5일간 애도 기간 선포=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에선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역 교회에서 종이 울리고 관공서는 사이렌을 울렸다. 폴란드의 영화관과 공연장은 상영과 상연을 중단했고, 축구팀은 경기를 취소했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긴급 각의를 연 뒤 텔레비전에 출연해 오는 6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폴란드 국적 항공사인 로트(LOT)는 3일과 4일자 로마행 비행기 표는 매진됐으며 로마행 좌석 예약 문의가 3∼4초에 한 번꼴로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에선 슬픔에 더해 한 시대를 종언하는 역사적 사건을 맞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공산주의 정부 붕괴 등 지난 30년간 역사적 격랑을 겪은 폴란드에서 교황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선 폴란드의 영웅이자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폴란드 대통령은 “가장 위대한 폴란드인이자 가톨릭 신자나 비신자나 상관 없는 모든 폴란드인의 아버지가 사라졌다”며 “그가 없었더라면 폴란드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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