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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3 19:29 수정 : 2007.09.13 19:29

줍코프 총리후임

12일. 정상적으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자신을 포함한 각료 총사퇴를 보고한다. 갑작스러운 사태진전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아무런 동요 없이 프라드코프 총리의 업적을 치하하고 사퇴 요청을 승인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 러시아 하원의장은 인터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한 국회동의를 요청했음을 밝힌다.

총리 스스로 사퇴서를 제출하는 형식을 취한 이번 각료 총사퇴는 사실 대통령의 의도에 따른 각료교체이며, 러시아 국내외에서 금명간 있을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던 일이다. 그것은 내년 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푸틴의 후임자가 될 것인가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예전 옐친이 푸틴을 자신의 권력승계자로 천명하면서 그랬듯이, 푸틴도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후계 구도를 가시화할 것으로 짐작하기 때문이다.

3가지 대권 시나리오

프라드코프 전임 총리


한국과는 반대로, 러시아 대선은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할지라도 집권 여당, 아니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연방 대통령이 지지하는 이의 당선이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푸틴이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후계자를 가시화 함으로써 레임덕이 조기에 오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몇 가지 대권 시나리오들이 러시아 국내는 물론이고 서방의 정치, 언론,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푸틴의 재선 이후 가장 크게 부각되었으며 현재까지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뿌찐이 3선 개헌을 한 후 대선에 도전하여 다음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서방 정계 및 언론은 물론이고 러시아 국내의 푸틴 추종세력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 안은, 그러나, 당사자의 지속적인 부정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새로이 부각된 것이 정상적인 권력 승계 시나리오이다. 즉, 푸틴이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이를 선택하여 그를 총리로 내세운 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재선 이후 여러 가능한 인물들을 경합시키며 후계자 수를 줄여왔다. 현재는 대통령 비서실 출신으로 제 2부총리인 메드베지예프와 정보국 출신으로 국방부장관을 거쳐 제 1부총리로 있는 이바노프 두 사람으로 좁혀졌다. 지난 여름 이전까지만 해도 메드베지예프가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바노프가 국방부장관에서 제 1부총리로 영전하며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 일반국민들 사이에서도 유약해 보이는 메드베지예프보다 강인한 인상의 이바노프의 인기가 더 높아져 가고 있다.

문제는 푸틴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식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져 간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여러 시나리오들 중 하나로 항상 언급되었으나 예전에는 별 가능성이 없다고 제쳐졌다가 요즈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푸틴의 2012년 대선진출, 즉 차차기 대선 출마 설이다.

이 안에 따르면 푸틴이 자신에 비해 썩 두드러지지 않은 이를 2008/9년 대선에서 후계자로 지명하여 당선시킨다. 그리고 4년 후 (무능한 대통령에게 염증이 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다시금 대선에 출마하여 대통령이 된다.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실제로 러시아 헌법에 이를 제한하는 법이 없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 다수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리서치 전문 기관인 레바다 센터에서는 지난 7월 13-16일 일반인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오차율 3%) 푸틴 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다시 나온다면 누굴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푸틴을 찍겠다는 비율이 52%에 달했으며, 다른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10%, 상황에 따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30%, 무응답 8%였다. 이는 2006년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푸틴을 선택하겠다는 비율(48%)보다고 높아진 수치이다.

푸틴의 다음 카드는?

세 번째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이바노프나 메드베지예프 다음으로 가능성 있는 푸틴의 후계자로 부각된 것이 현, 아니 이제는 전직 총리인 프라드코프이다. 그런데 그가 사퇴서를 냈다. 그렇다고 다음 총리로 현재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지명된 것도 아니다. 12일 인터뷰에서 그릐즐로프 하원의장은 연방재무감독원(Росфинмониторинг) 줍코프 원장에 대한 총리 임명동의안 요청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빅토로 줍코프 연방재무감독원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세무통으로, 푸틴과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매우 가까운 사이이다. 그러나 그를 새로운 후계자로 보는 이는 없다. 러시아 내의 정치분석가들은 1941년생인 그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나이가 너무 많으며, 줍코프 자신도 대통령 직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번 각료 개편으로 프라드코프는 총리직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후계자 군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더불어 이바노프와 메드베지예프 사이에서 가열되고 있는 후계자 다툼 또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들은 줍코프 총리체제 속에서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물론 3선 개헌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았다. 푸틴은 자신이 쥐고 있는 카드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게끔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12월의 하원 선거가 지나면, 러시아도 곧 대선으로 접어든다. 과연 푸틴의 복안은 무엇일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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