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4 11:21 수정 : 2005.04.04 11:21

숨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 전세계 지도자들로부터 `평화의 사도'란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한 편에선 26년의 재위기간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관해 보여준 보수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론도 이에 못지 않게 거세다.

진보적 가톨릭 신도들은 교황이 인권을 옹호했지만 결혼한 사제와 여성 사제,피임과 낙태에 관한 그의 태도는 인권을 외면한 것이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미국의워싱턴 포스트(WP)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 로이터 통신도 냉정한 입장에서교황의 공과를 저울질했다.

WP는 3일자 1면 분석 기사를 통해 최초의 비(非)이탈리아인이자 스키와 카약 등세속적 스포츠를 즐기고 아마추어 배우 경력도 있으며 나치 치하에서 신앙의 흔들림도 경험한 교황은 자신으로부터 교회 현대화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약속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아예 교회 문을 닫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교황이 세속화된 시대에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수도 있었을 터이지만정력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윈스턴 처칠과 같은 세계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폴란드 공산정권의 몰락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가 하면 교회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집권 세력과 협상을 벌인 외교관이었으며 종교에 관계없이 인간정신 해방이라는 보다 큰 명제를 교회의 과제로 삼은 `험난한 세상의 예언자' 역할을 자임했다는 것이다.

WP는 교황이 1995년 바티칸 공회에서 '생명의 복음'을 발표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거래와 쾌락, 복수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 죄악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종교에 냉담한 유럽인들을 변화시키지 못했고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긴 했지만 그들의 신앙심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으며 제3세계 복음화 노력은 부분적인 성공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교황이 냉전 말기에 자유의 선봉자 역할을 했지만 반대의견을 허용하지 않았고 반면 개혁주의자들에게는 `반동'으로 널리 인식됐지만 영원한 진리를 주장하는 그의 입장은 도덕적 상대주의가 만연하는 현대사회에 명료한 경종을 울리는 등 그의 재위기간 업적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동유럽의 몰락 시점에 즉위한 교황이 폴란드 자유노조에게 결정적 힘을 주고 히틀러와 스탈린의 지식인 박해에서 살아남은 산 증인으로 명성을 얻었지만남미의 가톨릭 독재정권들에 무관심했고 오히려 빈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해방신학자들에게 철퇴를 내렸으며 이탈리아의 부패한 가톨릭 정부에 침묵했고 공산주의자들의 집권을 막아줄 정권과 마피아의 결탁에 눈을 감았다고 지적했다.

FT는 `죽음의 문화'에 대항해 생명 존중을 강조해온 교황이 사형제도와 이라크전쟁을 비판하면서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옹호했지만 사제의 결혼과 여성사제 서품,인위적 피임과 낙태, 혼외 성관계, 동성애 등 문제에 관해서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비판하고 특히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와 콘돔 사용과의 관계를 끝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 개혁을 표방하고 나선 세계 각국 단체들의 연합체인 `우리 자신이 교회(We Are Church:WAC)'는 로이터 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교황은 모순 덩어리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세속적인 삶에 있어서는 인권을 옹호했지만 교회 자체에는 이런 신념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황청으로부터 성직을 박탈당한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도 UOL인터넷 TV를 통해 "교황은 모순된 측면들을 갖고 있었다.

그는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개방되고 진보적인 인물로 비쳤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완고하고 보수적이었으며성과 유전공학, 동성애 등과 관련된 일부 교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문제 자체를 외면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비난하긴 했지만 행동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WAC는 "교황이 대체로 개혁과 세계인의 대화에 깊이 헌신했지만 교회 내부에서는 중앙집권체제와 권위주의적 구조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교회에 공포와 경직성의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