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4 18:40 수정 : 2005.04.04 18:40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가톨릭 추기경들이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첫 회의를 열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 준비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교황 선출권을 가진 80살 이하 추기경 117명이 참석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200만명의 순례자들과 200여명의 각국 지도자들이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며, 장례식은 7일이나 8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3일 교황청사에서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 각국 외교관 등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교황의 주검은 4일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인의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200만명 참석 예정…부시 대통령도
주검 첫 공개 일반인 조문행렬 시작

▲ 3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 미사에 참가하기 위해 추기경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에드먼드 캐시미어 스조카 추기경(왼쪽)이 슬픔에 복바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



각국 지도자 참석할 듯=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바티칸에서 열릴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엔비시방송>이 3일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 계획을 발표하기 앞서 바티칸 지도부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할 경우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잇따라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 6430명의 경찰을 배치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들 가운데 5천명은 공공안전과 주요 건물 경비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장례식에 참가할 왕족들과 국가원수, 정부 대표, 장관 등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번 교황 선종 보도는 문자메시지(SMS) 덕분에 신속하게 세계 언론에 보도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황청이 교황의 서거 사실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에 통보한 것은 선종 15분 만인 2일 오후 9시52분이었다. 사전에 연락번호를 등록한 언론사들의 이동통신기기에서는 이 때 일제히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불빛이 반짝였고, 선종 소식은 즉시 각 언론사의 긴급뉴스로 전세계로 타전됐다.

엇갈린 사회주의국가들 반응=교황의 서거에 대한 쿠바와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쿠바는 3일간의 추도기간을 선포한 반면, 가톨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과 러시아는 형식적인 추도 메시지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3일 사흘간의 추도기간을 지정한 뒤 이 기간에 예정됐던 모든 경축 및 스포츠 행사를 연기하도록 했다. 반면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서거에 위로를 표명한다”고 형식적인 애도를 밝혔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모든 시대와 관련을 맺었던 우리 시대의 훌륭한 분”이라고 담담한 표현을 사용했다.

좌파 신학자들 교황 비판=브라질의 해방신학 이론가인 레오나르도 보프는 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해방 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보프는 <글로보 뉴스 텔레비전>과 회견에서 “뿌리가 폴란드인 교황이 나치 점령기와 냉전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적은 나치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감성없는 엘리트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프는 1970~80년대 해방 신학 이론을 주도했으나 요한 바오로 2세는 해방신학을 지지하는 많은 주교들을 해임하고 보프에게 두 차례에 걸쳐 근신을 명령했다.

‘우리도 교회’(NSAE)라는 프랑스의 좌파 가톨릭 단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독재를 편들고 경제, 사회적 억압과 결탁했다고 비판했다.

외신종합


남미·아프리카·아시아 “새 교황 우리 대륙서”

언론들 “교회가 직면한 문제따라 결정될것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하루 뒤인 3일(현지시각) 교황이 사제와 주교로서 봉직했던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의 주교관에 촛불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주민들이 모여들어 애도를 표하고 있다. 크라쿠프/AP 연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틀째를 맞아 새 교황 선출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일제히 새 교황의 향방에 대한 분석 기사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의 현지언론들은 해당 지역 출신의 교황이 선출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요 가톨릭계 인사들도 제각기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에이피통신>은 빈곤 지역의 가톨릭 신자들은 개도국 출신의 교황이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잘 이해할 것이며, 교회가 신자들의 다양한 삶의 문제에 더 밀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계 10억 가톨릭 신자의 절반이 남미에 살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신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 출신의 교황이 선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먼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는 4일 “추기경들이 최초로 이탈리아인 아닌 교황을 뽑았던 전례에 이어 처음으로 아프리카 출신 교황을 뽑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콘클라베에 참여할 추기경 117명중 유럽 출신이 58명으로 최대인 상황에서 결국 이탈리아 출신이 다시 교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들은, 추기경들이 현재 교회가 마주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새 교황이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언론은 지난 1978년 마지막 콘클라베 당시에는 냉전 분위기가 세계를 지배했고 교회는 공산주의 확산을 가장 우려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런 요인이 공산화된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를 근대 이후 최초의 비이탈리아인 교황으로 선출한 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가톨릭 교회가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 (가톨릭 영향력이 약한) 인도와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 인간복제 등 과학기술의 발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 등과 점점 더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피통신>은 이슬람 극단주의, 성 추문으로 위신이 떨어진 성직자단에 대한 개혁, 안락사 등 의학 윤리문제, 아프리카와 남미 성직자의 영향력 증가, 여성 참여 확대 요구, 빈곤 문제 등이 새 교황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미 언론들은 클라우디오 우메스 상파울루 대주교와 오스카르 안드레스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 테구시갈파 대주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 나시온>의 종교 담당 기고가인 호르헤 루이욘은 “제3세계 출신 교황을 선출한다면 교회가 현대 세계와 더욱 조화를 맞추게 되며 더욱 범 세계적인 교황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 안의 인종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나이지리아의 가톨릭 신자인 치니어 오시그웨(40)는 <에이피>에 “백인들이 흑인이 교황이 되도록 놔둘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각국 지도자들 추모 발언

고르바초프 “최고의 휴머니스트”
토니 블레어 “종교 신념의 본보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소식에 전세계가 애도의 물결에 휩싸인 가운데 각국 지도자들도 생전에 맺었던 인연을 회고하며 그를 기렸다.

지난 1989년 이탈리아에서 교황을 처음 만났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3일 <에이피통신>과의 회견에서 “어느 한편을 위해서만 봉사하지 않고 모든 인류의 영광을 위해 노력한 최고의 휴머니스트였다”고 회고했다.

교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세계는 인간 자유의 옹호자를 상실했다”며 “우리는 역사의 위대한 도덕적 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된 그 겸손하고, 현명하며, 두려움 없는 성직자를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4일로 예정된 ‘총선일정’ 발표를 연기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교황은 종교적 신념의 참 의미를 보여준 “눈부신 본보기”였다며 그는 깊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가톨릭 신자 뿐 아니라 신자가 아닌 사람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노트르담 성당 안팎을 메운 추모행렬에 동참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는 정의를 향한 목마름과 분별력을 위한 탐구에 온몸을 바쳤다”며 “역사는 이 비범하면서도 탁월한 교황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그는 역사를 썼다. 그는 자신의 일과 감동적인 인격을 통해 세계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정신적, 정치적 유산은 당연히 인류에 의해 존중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슬람국가인 이란의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은 “그는 종교적 신비주의와 철학적 신중함, 사고, 예술적이고 시적인 독창성을 지닌 그리스도의 제자였다”고 회고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