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6 18:52 수정 : 2005.04.06 18:52


‘불법점거’ 밑줄 쫙
사실상 ‘족집게 지도’

일본 문부과학성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중학교 사회(공민)교과서 ‘개악’ 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문부성은 특히 한국 역사 및 영토 관련 부분뿐 아니라 이라크전 등 다른 국제문제에서도 일본 정부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는 등 사실상 왜곡 과정을 곳곳에서 주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정부 견해 반영토록 몇차례 수정요구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없다’ 도 “고치시오”

문부성은 후소사 사회(공민)교과서의 독도 기술에 대한 검정의견을 내면서 ‘한국의 불법점거’라는 표현을 담도록 상당히 구체적으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이 6일 보도했다.

애초 후소사는 검정 신청본의 “한국과 우리나라가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라는 기술이 영유권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검정의견이 나오자 “한국이 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바꿨다. 그러나 문부성은 이런 기술마저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 점거는 불법”이라는 정부 견해와 합치되지 않는다며 다시 수정 지시를 내렸다.

후소사는 “검정의견이 나오면 고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몇차례 안을 제시했는데, 최종적으로 통과된 것은 정부 견해를 쓴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은 ‘어떻게 쓰라는 지시는 하지 않으며, 교과서 기술은 어디까지나 출판사와 집필자의 자주적 판단’이라는 문부성의 주장과 달리, 문부성이 한국의 불법점거라는 최악의 표현이 담기도록 사실상 지도했다는 지적이다.


또 문부성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사회(공민)교과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술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문부성은 일본서적신사의 교과서에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내용을 싣자 정부 견해와 다르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문부성은 또 검정의견을 문서로 통보하는 것이 통례로 돼 있으나 구두로 이런 지시를 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미국 정부의 철저한 조사 결과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본 문부성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도록 한 것이다.

이라크전 발발에 대한 설명에서도 애초 신청본에는 “미국은 반대하는 국가가 있는 가운데 유엔 결의 없이 이라크를 공격했다”라고 돼 있었으나 “경위를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검정의견이 제시돼, “유엔 결의 없이”라는 부분을 삭제한 뒤에야 검정 통과가 가능했다. 이에 대해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교과서 검정은 주변 국가를 배려하도록 한 ‘근린제국 조항’ 대신 ‘미국배려 조항’이 적용됐다”고 꼬집었다.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에 대해서도 “전후 처음으로 전쟁지역에 파견” “전쟁지역인 이라크에 파견된 자위대”라는 내용이 검정 과정에서 “이라크의 비전투지역에 파견” “이라크의 전후부흥을 위해 파견된 자위대”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검정 통과된 모든 사회(공민)교과서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크게 다룬 것 또한 문부성의 입김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이태식 외교부차관-다카노대사 설전

한-일 ‘어색한 침묵’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오른쪽)이 6일 오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 공식 면담을 시작하기 앞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


이태식 “교과서 ‘독도 영유권’ 용납 못해”
다카노 “출판사가 판단…정부 지시안해”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은 6일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교과서 왜곡에 대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개입’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굳은 얼굴로 외교부에 들어선 다카노 대사는 일본 정부 입장을 옹호하며 이 차관과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45분간 진행된 이날 대화의 요지.

-(이태식 차관)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는 유감스럽다. 왜곡된 역사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들이 평화 공존과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카노 대사) 교과서 검정은 학습지도 요령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국가가 특정한 역사 인식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 일부 사회(공민)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기술은 용납할 수 없다. 즉시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회(공민)교과서는 검정 과정에서 문부성의 일정한 역할과 관여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다카노) 독도에 관한 기술 여부는 출판사 판단에 맡겨져 있으며, 구체적 기술은 편집자가 결정한다. 정부가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출판사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독도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는 설명은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과도 어긋난다. 우리는 일본이 과거 식민 지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한 역사적 경위를 문제삼고 있다.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증거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다카노) 한국 정부가 대일관계 정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과거사에 대한 한국민의 심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한-일은 광범한 분야에서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다. 북핵 등 동북아 평화와 안전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양국 국익과 직결돼 있다. 7일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관계 강화를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출판사쪽은 “개입 없었다” 강조

도쿄·오사카서적 ‘지시’ 부인

후소사와 함께 처음으로 독도에 관한 기술을 사회(공민)교과서에 담은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 쪽은 6일 출판사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출판사 교과서의 현행본에는 독도 기술이 없으며, 점유율에서 현재 도쿄서적은 59.9%, 오사카 서적은 11%에 이른다.

도쿄서적 관계자

-갑자기 독도 기술을 교과서에 담게 된 경위는?

=지난해 11월 말 문부성에서 검정의견을 보냈는데 국경선 표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국경선이나 남북한의 군사분계선이 같은 굵기의 점선으로 표시돼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독도에 손을 대게 됐나?

=당시 수정을 하면서 검정 신청본에 실린 지도가 낡았고 축척이 맞지 않아 최신 지도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전에는 없던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 이름 댜오위섬)가 새 지도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설명을 붙인 것이다. 설명은 정부의 공식 견해를 참고했다.

-문부성에선 독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런 기술로 한국 쪽의 반발을 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나?

=출판사와 집필자들이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최종적으로 이런 결과가 됐다.

오사카서적 관계자

-독도 영토 부분이 들어가게 된 경위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 분야에선 새로운 상황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집필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독도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게 됐다.

-그게 언제인가?

=검정 신청본을 내기 전이므로 2003년 말로 생각된다.

-큰 파장을 예상하지는 못했나?

=영토 문제가 관심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기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