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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지르 부토 전(前) 파키스탄 총리가 18일 카라치에서 폭탄폭발후 타고있던 트럭에서 구조되고 있다. 카라치/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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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는 무사…탈레반.알케에다 소행 추정
8년간의 망명생활을 마감한 베나지르 부토(54) 전 파키스탄 총리의 귀국길이 탈레반의 경고대로 결국 피로 얼룩졌다. 18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자정께 파키스탄 남부의 카라치 시내에서 부토 전 총리를 태운 차량 행렬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차량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부토 전 총리의 축하행렬에 동참했던 인파 중 최소 12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부토 전 총리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 피로 물든 귀국 축하 행렬 =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각 카라치 시내에서 부토 전 총리와 그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 고위 당직자들을 태운 트럭 행렬 근처에서 2건의 차량 폭발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부토를 태운 차량이 거리를 지나던 도중 도로 옆에 주차된 2대의 차량이 잇따라 폭발했다고 전했다. 폭탄이 폭발하면서 부토의 귀국 축하 행렬에 동참했던 PPP 당원과 시민, 경찰 등 최소 1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상자 집계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파키스탄 내무부는 19일 총 70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그러나 현지 지오(Geo) TV는 이번 사건의 사망자가 최소 130명이며 55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AP통신은 카라치 시내 6개 병원에서 최소 126명이 사망했고 248명이 다친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으며, AFP통신은 사망자가 124명, 부상자는 400명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로이터통신은 경찰 관계자의 말은 인용해 123명이 죽고 26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카라치 경찰서장인 파루키는 "폭발사고로 부토가 탄 트럭을 호위하던 경찰 차량 2대가 완전히 파손됐다"고 말했다. ◇ 부토 전 총리 간발의 차로 화 면해 = 그러나 이날 축하행렬의 주인공인 부토 전 총리는 안전한 상태라고 자베드 치마 파키스탄 내무부 대변인이 확인했다. 또 카라치 경찰의 고위관리도 "부토는 안전한 상태이며 사건 발생 직후 경찰 차량편으로 곧바로 시내 자택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부토 전 총리는 테러 공격에 대비해 방탄 차량에 탑승했지만 환영나온 인파들을 위해 차량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그러나 그는 폭발 사고가 나기 직전에 트럭 안으로 들어가 화를 면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카라치 경찰 관리 알리는 "폭발은 부토가 탄 차량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지만, 그는 폭발 발생 몇분 전에 트럭 안으로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잇따른 탈레반의 경고…예고된 재앙 = 8년만에 귀국한 부토를 노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어떤 조직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귀국을 전후해 그를 암살하겠다는 경고가 잇따랐던 점을 감안할 때 파키스탄에서 활동중인 탈레반이나 알-카에다가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 탈레반 사령관인 바이툴라 메수드는 부토의 귀국길에 자살테러 대원을 보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 탈레반을 지휘하고 있는 그는 지난 12일 "무샤라프 대통령과 부토는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가 포용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우리 테러리스트가 부토의 귀국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키스탄 정보기관들도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적어도 3개 무장단체의 테러 기도가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더욱이 부토의 귀국 당일인 18일 또 다른 탈레반 사령관인 하지 오마르는 로이터와 전화통화에서 "그녀는 미국과 협정을 맺었다. 우리는 무샤라프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토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대의 무장단체들은 지난 7월 정부군의 이슬람 강경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 무력진압 이후 정부와의 평화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이들은 정부군과 보안군에 대해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감행해왔으며 최근에는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치르기도 했다. 한편 과거 집권당시 탈레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통해 아프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는 데 기여했던 부토는 망명중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강력히 비난해왔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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