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5 19:09
수정 : 2007.10.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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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문학상 영국작가 도리스 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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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문학상 영국작가 도리스 레싱, 거침없는 미국 비판
“9·11 동시테러가 뭐 그렇게 끔찍했나. 이런 비극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은 순진하거나, 순진한 척 하는 것이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88·사진)이 미국인들의 분노를 살 각오를 하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레싱은 지난 22일 88번째 생일을 맞아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아일랜드의 유혈 역사를 거론하며 “많은 사람이 죽고, 유명한 빌딩이 무너지긴 했지만, 9·11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끔찍하거나,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50년대 영국 공산당의 일원으로 핵무기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등 부당한 사회 문제에 강력히 맞서왔던 레싱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싫어한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블레어 전 총리를 ‘흥행사’(showman)에 비유한 레싱은 “그로 인해 영국이 엉망이 됐고, 영국 사람들은 수년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을 두고는 “세계의 불행”이라며 “모든 이들이 그에게 넌더리를 내고 있다”고 단언했다. 레싱은 “부시가 전쟁에서 이윤을 얻는 사회 계급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싱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콜럼비아대에 강연자로 초청됐을 때 리 볼린저 총장으로부터 “사악하고 잔인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진작 이런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석유 문제 때문에 아무도 그를 비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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